연극 "사랑을 주세요" 기획의도 및 연출의도

♠ 기획의도

닐 사이먼이 발표한 ‘사랑을 주세요’(Lost in yonkers)는 “웃음과 아픔을 수놓는 명 직인”이라는 닐 사이먼의 작품 세계를 집약 시키며 상업성과 예술성에 민감하다는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관객의 마음을 웃고 울려 버리면서 1991년 작가 최고의 영예라는 플리처상과 토니상을 함께 수상한 명작으로 닐 사이먼의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가정의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는 가정’이라는 테마는 어떤 개인에게도 가장 소중하며 자신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보루이며, 또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은신처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관계없이 보편적 진리라 할 수 있는 가정의 사랑은 단순하기 때문에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일상이기 때문에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 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이야기 할 때면 부모, 형제, 친지들과 지냈던 경험과 생활이 지금의 자신을 만드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에 수긍을 하고 마음속의 추억으로 간직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시행착오의 거울로도 생각을 합니다. 또 부모의 교육이나 형제들과의 우애와 다툼으로 지금의 내가 있다는 의식과 어린 시절의 환경과 경험이 절대적인 영향 중의 한 가지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기에, 수많은 연극,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가정과 가족의 이야기를 부단히 보여주는 것이고 생활에서는 쉬지 않고 기뻐하고, 고민하며, 다투고, 실망하고, 감동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 삶의 기본이며 ‘나’ 다음의 사회적 단위이고 국가의 기초 구성 집단입니다. 어쩌면 유교 문화를 강조하며 충효사상이 근저에 뿌리 깊게 배어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과 가족 구조하고는 전혀 상반되는 민주적이란 단어에 혼미함을 느끼며 자신의 가치관과 주관이 흔들리는 청소년들과 젊은 계층에게 이 시대, 우리 스승과 부모 형제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 할 것인지는 가정에서의 교육은 물론이고 사랑의 방법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 누구나가 고민하고 기뻐하는 가족간의 사랑을 주제로써 관객들과 만나보자는 것입니다.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남녀간의 사랑이나 전쟁의 비참함과 아픔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가장 쉽고 친밀하며 이 세상 누구나 모두가 경험이 있는 이야기로써 웃고, 울면서, 내 가족의 절대성과 가족사랑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고 심각하게 한번 짚어 보자는 것입니다.

감히 작품을 명작이라고 까지 추켜세우면서 전제한 이유는 아버지 가족을 보는 어린 두 아들이 이해할 수 없는 가족 관계와 상황이 마지막에는 그러한 관계와 상황을 내 가족이기에 따듯한 사랑으로써 어린 가슴에 안아 버리는 결말을 들 수 있겠고, 그 가족을 지켜 주겠다는 믿음을 코믹과 감동으로 승화 시켰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신세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모습도 보기 좋고 새로운 교육 행정과 열린 문화로의 발전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 모든 것의 근본인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고 다시 한번 모두에게 확인함이 중요하다고 생각됐기에 연령과 계층에 관계없이 한국의 모든 가족을 대상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연출의도

처음에 이 작품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우리네 한국적인 정서와 너무도 닮은꼴이라는 것과 작품이 주는 연극적인 재미가 탁월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귀하기 때문에 소홀히 대하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가족의 사랑을 표현했다는 것이었다.

1940년대의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미국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 유태인 가족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인종 차별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유태인 가족의 삼대에 걸친 변천사를 가정에서의 사랑의 중요성과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을 유머와 감동으로 심도 있게 표현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강철처럼 되지 않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고 인생에서 뭔가를 얻으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는 한 가족의 중심인 할머니와 아내를 잃고 두 아이를 키울 능력도 없는 연약한 성격의 아들 에디, 정신적인 장애로 어린애 같은 벨라, 주소부정에 깡패인 루이, 발성 장애로 말을 제대로 못하는 거트, 이러한 아버지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버지의 편지만을 위안으로 삼으며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린 두 아들, 제이와 아리의 순수한 눈을 통해 비춰지는 내용은 차라리 한국적인 정서에 가까우며 언젠가 들어 본 것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경제난 시대에 서울역 대합실과 일자리를 찾아 기웃거리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에디라면 벨라와 거트, 루이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버렸던 우리 친척 중의 누군가의 모습인 셈이고 좋은 내색하지 않고 무섭게만 보였던 지금은 어렴풋한 우리들 할머니의 모습이 영락없이 이 작품의 할머니인 것이다.

연극이든 영화든 미술이든 스포츠든 재미가 있어야 된다. 재미도 없는데 극장이나 전시회, 경기장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재미라는 것은 최소한 웃겨 주던지, 울려 주던지, 어쨌든 뭔가를 만들어서 보는 이들이 감동이나 충격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 감동이나 충격에는 질과 색깔과 맛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구별, 검색하여 확인하고 결론 내릴 수 있는 선별력이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뭐든지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유치함이나 막무가내가 아니고 정리되어 주장이 있어야 하고 일가를 이루는 철학까지 있으면 두말 할 나위가 없이 좋을 것이다.

어딘지 부산하고 뭔가 들떠 있는 마음들이 오락가락하는 시기에 한번 푸근하고 잔잔한 얘기를 웃으며 하고 싶었고 누구든 들어와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 보았다. 컴맹이면 왕따 시키고 외국어 한마디 못하면 무시하는 세태라지만 그 전에 집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얘기 할 수 있는 “꺼리”를 공연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