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된 내용을 살펴보면 2008 대입제도가 이전의 다른 제도들에 비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고 최근 제기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고찰했다기보다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느라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상당부분 감성적으로 다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교육부 담당자로서 어린 나이에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면서 대입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큰 자책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나 방송 중 일부 편향된 내용들은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국민이 2008 대입제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하여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안내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학교현장의 긍정적 변화도 주목해야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제도, 적어도 이전 제도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향 등에 대해서 폭넓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현 제도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나열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닐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지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어떤 개인의 실력, 품성, 적성 또는 성장과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와 같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는 학교에서의 ‘성적 부풀리기’와 대입전형과정에서의 학생부 경시, 그로 인한 ‘공교육 붕괴’라는 이전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구안되었다. 굳이 자극적인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30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자되면서 정작 그 과정과 결과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사교육만 극성을 부리는 이전의 세태를 우리 국민 누구인들 걱정하지 않았는가? 학생부 성적 기재방식의 개선, 수능성적의 등급화, 대입전형의 다양화·특성화 등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주요사항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랜 검토를 거쳐 도입된 것이다.
이전의 제도에서 나타났던 현상들과 비교해 보면, 실제 2008학년도 대입제도 도입 이후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생들도 충실한 학교공부를 통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입제도 개선안이 목적으로 했던 ‘학교교육 정상화’가 상당부분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로서 극단적인 몇 가지 사례만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는 소중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학생부 기재방식 변경으로 석차경쟁 오히려 완화
정부가 새 대입제도의 홍보과정에서 중점을 두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고, 이번 방송에서도 오류를 범한 부분이 바로 학생부 기재방식의 변경 부분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전의 절대평가체제가 상대평가체제로 바뀜에 따라 학생 간 경쟁이 격화되고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오해와 달리 이전 학생부와 개선된 학생부에는 모두 상대평가요소와 절대평가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 학생부에서의 수·우·미·양·가 ‘평어’가 절대평가 성격을 갖듯이, 개선된 학생부에서의 ‘원점수·평균·표준편차’ 역시 절대평가 성격을 갖는다. 다만 과거와 같이 학교에서 ‘성적 부풀리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이전 학생부에서의 ‘석차’가 상대평가 성격을 갖듯이, 개선된 학생부에서의 ‘9개 석차등급’ 역시 상대평가 성격을 갖는다. 개인 단위의 석차를 제공하던 것을 9개의 등급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의 석차 경쟁은 오히려 완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다.
따라서 절대평가체제가 상대평가체제로 바뀜으로써 학생들의 경쟁부담이 더 무거워졌다는 주장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새 대입제도에서 교내시험과 학습부담이 더 커졌다고 호소하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와 같이 쉬운 문제만 출제하는 방식으로 행해졌던 ‘성적 부풀리기’가 사라지고 9개 석차등급을 배분하기 위해서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되기 때문이며, 대입과정에서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변화된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데에서 따른 불만과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일단 교내시험의 문제가 어려워져서 ‘성적 부풀리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불만이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공정한 평가를 통한 정당한 보상은 교육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하다.
다양한 전형이 있고 학생부 모든 과목 반영되는 것 아니다
다음으로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진 부분을 검토해 보자. 현재도 대부분의 대학이 10개 내외의 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부를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이 있는 반면,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도 있고, 대학별고사 등 다른 전형요소를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도 있다.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하더라도 모든 학생을 학생부만 가지고 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전형이 있는데도 일각에서 대학이 오로지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뜻하지 않게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방송에서도 예를 든 것과 같이 학생부 성적을 비관해서 중도에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는 다른 전형요소가 강조되는 전형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 학생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전형에서 학생부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과목이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 하에서도 모든 과목을 반영하는 대학은 졸업 이후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모든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교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아주 극소수의 대학에서 모든 과목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으나, 그 경우에도 필수적이지 않은 교과-예를 들어 예·체능 과목들-에 대해서는 “‘미’ 이하 감점” 등으로 최소기준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최근 대학들의 모집요강을 살펴보고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한다는 유언비어에서 벗어나기를 간곡히 바라며, 언론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제발 홍보해 주기를 기대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대입제도로 돌려서는 해결책 찾기 어려워
이번 ‘추적 60분’에서 방영된 사례와 같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고2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러한 현실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현실이 2008학년도 대입제도로 인해 학생부가 강조됨으로써 새삼스럽게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대학이 학생부는 반영하지 않고 수능시험이나 대학별고사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잠도 충분히 자고 학교에서 특별활동도 다양하게 하면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이 어렵다면, 학생들이 학업부담에 짓눌리고 사교육이 팽창하는 것이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비판하는 경우에 흔히 들고 있는 논거 중의 하나가 학생간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친구의 책을 훔치거나 찢는 비도덕적인 사건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학입학이 지원자간의 전국단위 경쟁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초점을 학교나 학급단위에만 맞추는 것도 타당하지 않거니와 공정한 경쟁원칙을 준수하도록 꾸짖고 가르쳐야 할 문제를 엉뚱하게 경쟁 자체 또는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학생부 강조 새 대입제도, 교육 본령 회복 바람직한 방향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유형을 시행하고 있지만, 특히 정시모집의 경우 학생부·수능·논술고사를 일부나마 모두 반영하는 전형도 있다. 그러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 모두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경쟁률을 생각하면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역시 학생들의 과중한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우선 수능시험을 과거와 같이 학교수업 만으로는 충분한 준비가 어려운 통합교과형 출제방식에서 교육과정 위주의 출제방식으로 변경한다. 결국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수능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흔히 말하는 ‘삼각형’은 아니다. 수능시험의 출제위원단에 현직 고교교사를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문제은행체제’로 전환해나가는 것도 그것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정부는 대학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대학별고사의 반영비중을 축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한 심의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별고사의 반영비중이 확대되어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과중되는 것을 막고, 논술고사가 편법적인 본고사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면서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언론사에서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죽음의 삼각형’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별고사에 대한 통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논술교육을 학교를 중심으로 최대한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방과후 학교를 지원하고, EBS 논술강의를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주의할 점은 많은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 맞춤형 논술교육을 받는 것이 큰 효과가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결국 논술이 논술답게 출제될 경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는 단기간에 습득한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독서를 통한 풍부한 교양과 사고의 깊이이다.
정부 역시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렵고,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나, 적어도 정부가 기울이는 노력만큼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정부가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언론으로부터 무작정 비판거리로만 다뤄지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과 혼란이 증폭되고 결국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 혼란 해소·대입제도 발전 함께 고민하자
방송에서 KBS가 지적한 문제점들은 단순히 한두 번의 대입제도 개선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들더라도 신입생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경직된 대학 서열구조를 완화하고, 많은 수험생이 희망하는 명문대를 보다 많이 육성하여 과잉경쟁구조를 개선하며, 명문대를 나오지 않고도 자아실현이 가능한 사회·경제구조를 확립하고, 한 번 기회를 놓친 사람에게도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주어지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민주화되고 다양화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정부뿐만 아니라 고교, 대학, 시민단체, 기업, 언론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꾸준히 고민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언론은 여론형성에 큰 파급력을 가지는 사회의 공기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언론으로부터 제기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비판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용해 나갈 것이다. 다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입제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건설적인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특히 대입제도를 비롯한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에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다뤄주기를 희망한다.
| KBS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기재된 관련댓글 예시 <사례1> ………12년 공부와 인생을 가르는 단 한 번의 수능, 그날 하루 아프기만 하면 인생 끝, 컨디션 안좋으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 그 하루를 생각해 보세요.………몇몇 고1, 고2 학생들의 괴로움만 너무 과대포장해서 취재하였는데, 내신 반영비율 높아져서 더 좋아하는 학생들도 다수입니다. <사례2> ………이미 1학년 때 성적은 좋지 않고, 한 마디로 이미 호적에 빨간 줄 그어져 있는데, 어떻게 앞으로 공부를 합니까? 예전에는 내신비중이 작아 점차적으로 성적을 올려 수능 때 자신이 실력을 내뿜는 것이라면, 이번 제도는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만을 교육부는 원하고 있는 겁니다.……… <사례3>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엉뚱하게 해석을 해 버렸다. 왜 극히 일부의 얘기를 전체의 얘기인양 뻥튀기 하는가? 고등학생들 중엔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많고, 오히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다. 좋은 강사가 몰려있는 강남이나 서울보다는 그 외 지역에게 보다 균등한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니까.……… <사례4> ………어차피 공부해야 하는 고등학생이지만, 벼룩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고, 울 고2생들은 사실 3년 내내 입시압박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내신비중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교육비가 더 든다.……… <사례5> ………내신제도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능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입시제도에 불만을 가져서 내신의 비중을 높이라는 것은 학부모들과 학생이었다.………본인도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데, 과연 우리가 내신제도를 죽음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우리만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사례6> ………저는 이번에 고2 되는, 그 이번에 2008 입시제도라는 이름으로 제작진분들이 만드신 오늘 프로의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이런 취지로 만드신 거라면 정말 잘못 짚으셨네요. 차라리 제목을 2008년 입시제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실태라고 하셨어야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