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구속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8일 검찰과 변호인단이 격돌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의 도덕성을 공격하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변호인단은 수사에 자신이 없는 검찰이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저마다의 논리를 제시하면서 구속 여부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법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도덕성 상호 공방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공상훈 검사직무대리(성남지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곽 교육감의 혐의가 중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 직무대리는 “한두표, 10표를 사는 선거인 매수와 달리 후보자 매수는 그 후보자의 지지표를 통째로 사는 것”이라며 “지난해 낙선될 사람이 후보자 매수로 당선돼 민의를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천헌금 사건을 빼고 이것보다 금액이 큰 선거사범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곽 교육감의 변호인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사에 자신이 없는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 여론재판, 언론 플레이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변호인단은 “정말 나쁜 검찰”이라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해 이미 엄중 항의를 했음에도 또 기자 브리핑을 통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사에 자신이 있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조용히 재판을 지켜보는 게 순리”라고 덧붙였다.
◇후보매수죄 성립 여부
공 직무대리는 “공직선거법 상의 후보자매수 처벌 조항의 입법 취지는 후보사퇴 전이든 후든 돈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사퇴 대가 제공 약속을 했든 안했든 무조건 주는 것은 범죄라는 뜻”이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그는 ‘선의의 돈’이란 곽 교육감 측 논리에 대해 “선거 당시 박 교수에게 단일화를 계속 요구하던 게 사퇴 요구 아니었느냐. (돈에) 어떻게
대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를 ‘검찰의 상상’이자 ‘터무니없는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곽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와 사전합의를 한 사실도 없고 이면합의를 알지도 못했다”며 “자살까지 생각하던 박 교수에게 선의로 지급한 2억원이 공직선거법상 ‘후보사퇴의 대가를 목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다는 공격도 내놨다. 이들은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곽 교육감의 구체 행위나 역할을 일절 밝히지 못한 채 ‘후보사퇴의 대가로서 2억원을 지급했다’고 했고, 증거가 충분하다더니 사실상 박 교수의 진술과 통신사실 확인자료만 새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감의 지위
공 직무대리는 “일각에서 곽 교육감의 구속 시 교육행정의 차질 등을 주장하는데, 낙선돼야 할 사람이 그 직에 있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선출직
공무원 아니었다면 벌써 징계돼 그 직에서 배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곽 교육감을 직에 두는 것 자체가 교육행정에 더 방해된다”며 “수사와 재판 준비하느라 직무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비꼬았다.
변호인단은 곽 교육감의 직무 상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므로 불구속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교육감이라는 중책을 맡은 사람이 도주할 까닭이 없고, 섣부른 언론플레이도 가급적 자제해 왔다”며 “또 참고인들은 영상조사 형식으로 조사를 다 마친 상태이므로 새삼스레 증거인멸 우려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구속의 형평성 문제
공 직무대리는 “이 사건뿐 아니라 검찰의 수사 전반에 대해 생각을 해야 했다”며 “이 사안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금권선거 관련해서 검찰은 앞으로 영장을 하나도 청구할 수 없을 것 아니냐”고 구속영장 청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구속영장 청구를 하느냐 마느냐 많은 생각을 해봤고, 마지막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구속은 형벌이 아니라 수사의 방법”이라며 “구속의 형평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구속을 일종의 형벌로 보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박 교수의 구속은 수사의 초기였기 때문에 필요했을 수 있지만, 수사가 종료되는 상황에서는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불구속론을 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공 직무대리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결정할 뿐이지 영장
발부 여부를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실례”라면서도 “지금까지 검찰이나 법원이나 금권선거를 가장 중대한 범죄로 보고 엄청난 근절 노력을 함께 해왔다”고 영장 발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변호인단은 “구속수사가 형벌의 일종이 아니라면 당연히 곽 교육감도 불구속이어야 한다”면서 “법원도 당연히 그런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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