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곤 경기교육감 당선자
"보수ㆍ진보 구분없이 합리적 의견 수용"
(수원=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다음달 6일 첫 직선 경기도교육감 취임을 앞두고 있는 김상곤(59.한신대 교수) 당선자는 10일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 성향 후보의 당선으로 경기교육계 안팎에서 동요의 움직임이 이는 것과 관련해 "이번 선거를 진보와 보수의 대결 구도로 몰아간 것은 일부 언론"이라며 "교육의 안정감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당선자와의 문답.
--이번 선거가 보수 대 진보의 대결 구도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선거 결과를 평가해 달라.
▲일부에서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굳이 정의하자면 현재의 교육, 특히 경기도 교육의 특징인 소수 특권층을 위한 교육 정책과 대다수를 위한 평등지향적, 민주적 교육 정책의 대결이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경기도가 이명박식 교육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 경기교육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에 대한 학부모와 유권자들의 심판이었다고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겠다.
--"MB식 교육을 확 바꾸겠다"고 했는데 김 당선자가 보는 MB식 교육정책은 어떤 것이고 경기교육을 어떻게 바꿀 계획인가.
▲이명박식 교육은 특권 교육, 줄세우기 교육, 교육의 대물림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현 정부는 이런 교육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상승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기교육 역시 철저히 이명박식 교육을 추종한 결과 학력이 하향화되고 중산층과 서민, 소외계층이 초등, 중등교육으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 소수의 특목고에 예산을 과다하게 집중하는 바람에 일반고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안 돼 교육현장이 '특권화된 특목고'와 '슬럼화된 일반고'로 양극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학교가 교육을 책임지고 미래 부문에 교육자원을 투자해야 하며, 시급하게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방과 후 학교에 최대한 자원을 배분해 사교육비 거품을 잡는 동시에 학교가 학생의 진로를 책임지는 시스템을 가동하겠다.
--교육정책에 대한 가치관이 정부와 달라 벌써부터 교육부는 물론이고 경기교육청 안팎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제가 제시한 정책은 잘못된 이명박식 특권교육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이것은 혼란이 아니라 변화와 개혁이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의 수월성 개념을 왜곡해 우리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암기력 위주,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세계화시대, 지식정보화사회의 핵심인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평가기준, 교육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에 충실한 공교육 혁신의 정책이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추측은 근거 없는 것이다. 물론 교육관료들의 사고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이것이 교육계의 혼란을 가져올 이유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당장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등 이른바 특수목적고의 설립을 두고 실무자들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외고, 과학고, 국제고에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더하면 전체 학생 수는 일반고 학교 수 대비 12%를 넘게 된다. 이런 수준이면 평준화는 해체되고 고교 입시가 사실상 부활하게 된다. 특목고 문제는 기존의 특목고가 원래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정상화한 후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 갈 생각이다.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해소는 예산과 직결된 문제다.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나.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소외지역의 슬럼화돼 가는 학교나 농어촌 지역의 학교에 우선 실시해 이들 학교를 살리고 지역간, 지역내 학교 간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얻도록 하겠다. 이들 학교의 성공적인 모델을 점진적으로 확산해 나가도록 하겠다.
--경기교육청의 올해 예산이 약 8조7천억원에 이르지만 교직원 급여 등 경직성 경비가 대부분이다. 김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혁신학교'의 실현 해법은 무엇인가.
▲'혁신학교'는 과대학교ㆍ과밀학급을 전면적으로 재편해, 한 학년 5개 반 이하, 학급당 25명 이내의 효율적인 규모로 만들어 학생과 교사가 함께 호흡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 공부하는 학교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소규모 집단, 개인별 보충수업, 방과 후 학교, 튜터링(방과후 개인지도) 등을 통해 학업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 혁신 모델'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경기도가 도교육청에 줘야 할 학교용지분담금과 가칭 '경기교육발전기금(1조원 규모 모금 계획)',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위기 대응 예산 중 일부를 배정받아 충당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효성 있는 지방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경기도 교육재정지원 특별법 제정을 요청할 생각이다.
--교육당국과 일선 교사들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교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교육능력을 개선해 나가겠다. 부적격 교원은 과감하게 퇴출시키도록 하겠다. 다만 현재의 교원평가제도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육능력을 개선하기보다는 교원들의 줄세우기나 마음에 맞지 않은 교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교원평가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공교육 강화와 고교평준화 확대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쪽과의 갈등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각에서 평준화가 학생들의 수준을 하향 평균화하여 학교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비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의 학력 수준이 비평준화 지역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준화에 대한 근거없는 폄하는 비과학적이고 비교육적인 태도다. 현재 평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한 의정부, 안산, 광명 지역에 대해서는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평준화의 추진을 결정하겠다.
--학업성취도평가와 진단평가 등 이른바 '일제고사'가 매번 말썽이다.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획일적인 일제고사는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해 다양한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한다. 특히 성적 공개는 무한 경쟁을 부추겨 사교육시장을 키우는 결과만 가져왔다. 공교육 정상화는커녕 학교를 망치고 아이들의 미래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평가기준, 교육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교육과정 다양화로 학력 격차를 시정하고 토론식ㆍ실험식 수업을 활성화시키고 주관식 서술형 평가를 확대해 나가겠다.
--경기교육계 안팎에서는 김 당선자 취임 후 '인사태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한다. 당선자로서 교육청 직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런 우려는 너무 앞서 가는 것 같다. 1년 2개월의 기간에 조직을 대폭적으로 뒤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 조직의 안정 속에서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형태로 교육청의 역할을 변화시킬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교육장의 100% 공모제를 시행해 능력 있고 참신한 교육계 인사를 등용하는 한편 교육감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기초단위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맡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공정한 인사를 위해 교육감 직속으로 인사 TF팀을 설치해 직선제 교육감의 새로운 인사정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
--끝으로 향후 1년2개월간 경기교육을 책임지게 된 교육감 당선자로서 포부를 말해 달라.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교실, 창의적인 사고로 공부하는 새로운 혁신학교, 학교가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가겠다. 인간적인 학교, 부모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 부모의 부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겠다. 소외 계층과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진정한 교육복지, 교육 기회의 균등을 실천하겠다.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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