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여자고등학교 교장 남인숙
얼굴만 보아도 기쁨인 학생 여러분
멀지 않은 옛날, 광주에서 우리의 선배들이 세상에, 역사에 ‘조선의 학생’임을 자리매김 했듯, 세차게 불어오는 11월의 바람 앞에 하나하나 잎을 떨구고 최소한의 옷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나’를 세우기 위해 하나하나 잎을 떨구고 최소한의 옷으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학생들을 생각합니다.
입시정책, 교육제도, 청소년문제 등의 어지럽게 불어오는 바람 앞에서 여러분 하나 하나가 얼마나 흔들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그 안쓰러운 노력들이 우리 어른들을 살맛나게도 하고 안쓰럽게도 합니다. 내 안에 생명의 근원인 새싹을 간직하고 길고 무서운 겨울을 견디어 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오늘을 사는 여러분이야말로 봄을 맞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일의 주인공이니까요.
그래요 우리 희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됩시다.
“Because of (~이기 때문에)”가 아닌 “I'm spite of(~임에도 불구하고)”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됩시다. 세상은 ‘누구이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아닌 ‘~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자기와 미래에 대한 확신과 기다림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사람의 것이고 이것이 여러분 생존전략의 첫 단추입니다.
여러분이 그 희망의 씨앗이라는 생존전략을 갖고 세상으로 나가야 할 때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로 결국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 내용인데 그 우화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접어 두고라도 토끼가 잠자는 옆을 소리 없이 지나가는 거북이는 정말 이겼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덧붙여 세상이 ‘달리기’라는 하나의 종목만을 요구하느냐? 하는 문제 또한 남아 있습니다.
경주에서 자는 토끼를 남겨두고 홀로 간 거북이와 관련하여 여러분에게 드릴 부탁은 어떠한 경우이건 자는 토끼를 버려두고 혼자 가는 학생이 아닌 깨워서 함께 가는 학생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빠른길, 쉬운길이 여러분을 유혹할 때도 있고 인생에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옳은 일에 과감할 수 있는 용기와, 어려운 일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자세로 살아 갈 때 세상은 여러분 하나 하나로 인해 보다 밝고 아름다워질 것이고 이것이 두 번째 생존전략입니다.
다음으로 세상은 달리기 한 종목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향해 날아야 할 때도 있고, 헤엄쳐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거북이가 바다로 가서 헤엄친다면 거북이는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경주에 독수리가 참석했다면 독수리 역시 그 빠른 날기 실력으로도 토끼에게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일 ‘달리기’라는 한 종목이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정말 세상은 한 종목일까요?
자기 자신이 거북인지 토끼인지 독수리인지를 알고 더 나아가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여러분 생존전략의 세 번째 단추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에 앞서 계획하는 큰 생각의 틀을 당부 드립니다.
‘시간이 가면 어떻게 되겠지’ ‘세월이 해결하겠지’ 천만의 말씀입니다. 세상은 공짜도 거저도 없는 비정의 거리입니다.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시간에 앞서 계획하는 사람만이 가정,학교,사회를 뛰어넘어 세계에, 역사에 의미 있는 일을 꿈꿀 수 있습니다. 꿈꾸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고 도전하는 자만이 이룰 수 있습니다. 역사는 뒤에 오는 사람이 앞서간 사람의 어깨 위에서 발전시켜간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그 기록의 주인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마침내 세상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우리 어른 모두는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 하겠습니다.
희망과 열정으로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가십시오.
저 도종환님의 ‘다시 떠나는 날’처럼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만은 않기를...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두기를...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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