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의 대화, 부모가 먼저 다가서자~

애정의 훈계가 잔소리가 되는 이유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네가 뭘 안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벌써부터 네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부모의 이 말에 아이들은 순종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발한다.

이런 상황은 엄마와 자녀 사이보다는 아빠와 자녀 사이에 더 많이 발생한다. 아버지와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습관 때문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생 중 20%에 달하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1분도 안 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또래집단간의 대화는 잘 하지만, 집에서의 대화는 잘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버지와의 대화를 깊게 그리고 자주 하는 자녀들은 보기 드물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와 자녀 사이엔 많은 오해가 쌓이게 된다. 서로간의 대화가 습관화되지 않아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로 인해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애정의 훈계가 자녀입장에서는 잔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건훈이와 남편의 관계로 그랬다. 남편은 건훈이를 생각하는 맘에 말을 건네지만 서로간의 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작은 마찰이 종종 발생했다. 한번은 "아빠가 한 번만 더 그 잔소리하시면 저는 도로 가 버릴 거예요" 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아빠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아빠는 잔소리꾼'이라는 인식이 더 컸던 것이다. 이럴 때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빠가 얼마나 건훈이를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지? 겉으로는 그렇게 말씀을 해도 속정은 너무나 깊은 분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잔소리 할 필요가 없는 거야"라고 응수해 준다. 그러면 건훈이의 마음은 다소 누그러진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즉 어떤 가정에서는 아빠의 말보다는 엄마의 말이 자녀에게 '잔소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엔 반대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고 보면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선 자녀의 노력보다는 부모가 자녀에게 먼저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렇다면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 대화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자녀의 말을 끝까지 듣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한번은 모임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아들과 대화가 되지 않아 무척이나 고민을 많이 하고 아파했던 친구다. 그런데 요즘은 괜찮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 마음으로 참을 '인(忍)'자를 수없이 쓰는 거야!"라고. 아들이 하는 이야기가 듣기 싫어도 그리고 엄마 입장에서 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할지라도 일단은 다 들어준 다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니 아들과의 대화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자녀의 이야기를 들음에 있어 부모는 자녀에게 '너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라는 신호를 보내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여 반응을 하는 것이다. 때론 적절한 시점에서는 맞장구를 치고 경청과 관심의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면 자녀는 부모로부터 내가 존중을 받고 있음을 알고 부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는 "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듣고는 계시는 건가요?"라는 말과 함께, 부모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껴 마음의 문을 더 닫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 남이 날 존중할 때, 나 역시 그 사람을 존중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자녀에게 존중받는 부모가 되고자 한다면 부모가 먼저 다가가 자녀를 존중해주자. 자녀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자녀로 하여금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하자. 그러면 부모와 사춘기에 접어 든 자녀와의 대화는 훨씬 부드러우면서 깊게 이어질 것이다.

-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작가 박동주 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