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순정>이라는 일일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회장 아들인 윤후가 회사 청소부 국화와 연애하는 것을 눈치 챈 윤후의 어머니는 “자존심 상해서 정말 못 살아”라고 외치며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웠다. 그녀가 그 다음으로 많이 했던 말은 “망신스러워”였다. 많은 부모들은 순수하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고의 교육과 음식, 옷, 주거 환경 등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가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 주어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담겨 있다. 윤후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에게 이럴 수 있어?” 하며 이러한 보상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의 이런 푸념들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중산층 부모의 생각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자존심 지킴이로 생각하면 반항심이 강해져 부모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 든다. 이 드라마에서도 윤후의 어머니는 매번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녀를 단속하지만 자녀 셋 모두 어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부모가 이처럼 모든 자녀에게 배반을 당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그러나 드라마는 실제 상황의 축소판이어서 부모가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자녀를 억압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가 처지면 부모는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히스테리를 부려 자녀의 반항심을 촉발시킨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어 부모가 자신을 부모의 자존심 회복용으로 이용하면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미움이 커져 부모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아이는 내 자존심이다
설인화(전업주부, 36세) 씨는 어렵게 자라 잘사는 집으로 시집온 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두고 있다. 인화 씨의 친정어머니는 극성스러운 편이어서 형편이 어려운데도 아이들을 위해 부자 동네로 이사했다. 그러나 인화 씨 형제들은 집이 가난해 동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비싼 유치원에는 다니지 못했다. 결국 인화 씨는 초등학교 내내 친구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당했고, 중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때 받은 상처는 어른이 될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다행히 인화 씨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해 아이들을 마음껏 뒷바라지하며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인화 씨는 큰딸 준미를 자신이 가고 싶었던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그 유치원은 예전과는 달리 추첨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준미가 추첨에서 떨어지자 인화 씨는 예능 교육을 시키면서 일 년간 기다렸다. 준미가 삼수 끝에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인화 씨는 마치 자기가 어려운 입시에 합격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준미는 입학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떼를 썼다. 인화 씨는 엉덩이까지 때려가며 준미를 억지로 유치원에 보내며 ‘아직 어려서 그러겠거니’ 하고 여겼다. 그런데 준미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받아쓰기도 많이 틀리고 친구도 사귀지 못해 왕따가 되었다. 인화 씨는 그런 딸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준미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을 흘기게 된다.
한편 준미는 어릴 때부터 단짝으로 지낸 보영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삼수까지 시켜 엄마가 보내고 싶은 유치원에 자신을 보냈다. 그 유치원에 다니는 애들은 이미 몇 년씩 함께 다니며 친해진 아이들하고만 놀았다. 새로 들어온 준미를 끼워 주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던 준미는 유치원이 싫어졌다. 엄마는 준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 마음을 알 거라고 했는데 초등학생이 되었어도 엄마 마음을 잘 모르겠다.
또 엄마는 엄마 친구인 화영이 엄마가 화영이에게 비싼 옷을 사 입히면 준미에게도 비슷한 옷을 사준다. 그리고 그 옷을 더럽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준미는 비싼 옷보다 어디서나 마음대로 뒹굴 수 있는 옷이 좋은데 엄마가 자기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 가끔은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 준미는 종종 엄마가 어디 먼 데로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준미는 가끔 자기가 정말 나쁜 아이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부모의 자존심을 내세워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지 마라
인화 씨는 자신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준미를 특정한 유치원에 보내려는 집착을 보여 결국 어린 딸이 반항하게 만들었다. 부모들이 아이를 유명 학원이나 일류 대학에 보내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하려는 실제 이유는 아이의 장래보다 부모의 자존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의 학교 석차가 곧 부모의 자존심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 오면 자신이 아이를 잘 기른 부모라는 긍지를 갖고,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 자신도 위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학부모는 학교에서 대접받지만 열등생의 부모들은 선생님만 봐도 위축이 되기 때문에 자존심 상하는 기분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부모의 자존심이 개입되지 않더라도 모든 부모는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부모보다 아이의 자존심이 더 상한다. 그럴 때는 부모가 위로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자존심을 내세워 화를 내면 아이는 상처를 받아 부모에 대한 적대감을 가질 수 있다.
인화 씨는 자기 자존심을 내세워 준미에게 상처를 주었고 결국 딸이 반항심을 갖게 만들었다. 인화 씨가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딸에게 마음 터놓고 자기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딸과의 대화가 한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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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반항 원인
내가 엄마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에게 그럴 수 있어?” 하며 보상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화가 난다. 나는 엄마의 자존심 지킴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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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꾸중 이유
내 자식이 나보다 공부를 못하던 친구 아이보다 공부를 못할 때 또는 나보다 못한 회사 동료의 아이보다 뒤쳐질 때 자존심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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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부모의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아이의 욕구를 먼저 채워 주어야 한다. ‘왜 나는 우리 딸을 꼭 그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는가?’라고 자문한 뒤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라면 마음을 바꿔 아이의 선택을 받아들여준다. 그리고 “네가 선택했으니 열심히 다녀”라고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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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책
공부를 못하고 싶은 아이는 없다. 성적이 나쁘면 부모보다 아이가 먼저 자존심이 상한다. 이런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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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를 화나게만든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