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는 건 마찬가진데…
세상에서 하나 뿐인 술만 먹는다
해운업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다나카씨. 최근 1억엔대가 넘는 고급 위스키를 맛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위스키 전문회사인 산토리에서 50만엔에서 3000만엔까지 103가지 고급 위스키를 시음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룸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시음해 보고 맘에 드는 위스키가 있으면 바로 살 수 있으며, 선택한 위스키는‘위스키 저장고'에서 관리해주고 있다.
산토리 담당자 코우노씨는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나만의 위스키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마케팅을 펼치자, 고액에도 불구하고 위스키가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주로 고급 선물용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가 추정한 일본 부유층은 324만세대며,이들의 소비규모는 323조엔대에 달한다.
또 일본 경제학회 회장 다치바나키 교수가 500명의 고액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인구의 10%가 100억엔 이상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직업은 오너 기업인과 전문경영인·회사 임원·의사·연예인·스포츠 선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로 사업과 상속 그리고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했다.
사업, 상속, 주식투자가 주요 富 축적 수단
소비 규모가 엄청나다 보니 기업마다 부유층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페라리 F403의 경우 2년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영국제 고급차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록본기 힐즈에 입주한 40대 IT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300만엔에서 1500만엔대의 외제차가 불티나게 판매됐다. 게다가 한 벌에 2100만엔인 고급 수제 모피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이 모피는 자신만이 입을 수 있는 모피로 단 한 벌만 생산해 중년층 의사나 기업체 사장들을 중심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유층들의 여름 바캉스 또한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해외 유명 섬이나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인 전용 제트 비행기를 빌려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미쯔코시 백화점에서는 보석이 박힌 1억엔대의 스탠드, 세이브 백화점은 500만엔 순금제 고양이 인형 복대가 판매되고 있다.
또한 부유층을 사로잡으려는 업체들은 다양한 이벤트을 실시하고 있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특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급파티를 열고 있는데 인기가 대단하다. 이곳에서는 파티시 드레스 선정, 요리준비, 초대장 발송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가부키 연극관람투어 등 상류층 전용 투어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상류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 미쯔코시 백화점의 시미즈씨는 “옛부터 부유층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해 경기 동향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1980년대의 버블 시대는, 돈이 남아 있는 고객이 고액의 상품을 사는 경향이 강했지만, 현재는‘선택에 의한 소비'를 하고 있어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돈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비싼 것보다 정말 좋아하는 것에 돈 써
최근에는 최고급 유람선 세계일주 여행도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간 3대양 일주 여행상품으로 770만엔의 비용이 든다. 이 여행상품은 팸플릿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매진될 정도다.
실제로 유람선 여행을 다녀온 금융계 임원인 다케노부씨는 “임원모임에서 단체로 유람선 세계일주를 다녀왔는데 임원들과 친분도 쌓게 되었고, 770만엔으로 살 수 없는 마음의 허전함을 메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일본의 부자는 소비나 여가를 통해서만 만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때문에 최근 초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도 늘고 있다.
코트라 도쿄 무역관 홍석규씨는 “에도시대 중기부터 장인 정신이 투철한 일본인들의 기질을 살려 귀족 상인문화를 발달시켰으며, 과잉 품질이라고 할 정도로 제품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상품이 등장할 수 있었다”며 “결국 이런 요소들이 브랜드 지향성이 높은 소비자들을 만들었고, 고도성장으로 중류 이상의 사회가 되면서 고가품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을 표출하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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