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B-boy)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남자'를 말한다. 여자는 비걸(B-girl)이라고 부른다. 클럽의 DJ가 음악을 틀다가 브레이크(Break·노래 중간에 비트만 나오는 구간) 부분을 계속해서 들려주는데, 비보잉(B-boying)은 이 브레이크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비보이의 춤솜씨는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다. 미국 뉴욕에서 태동한 이 춤기술이 한국에 와서 커다란 꽃을 피웠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 4대 비보이 배틀을 잇따라 석권하고 있다. 세계 4대 비보이 배틀이란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 영국 ‘UK 비보이 챔피언십', 미국 ‘프리스타일 세션'과 국가를 옮기면서 개최되는 ‘레드불 BC ONE'을 말한다.
그 중 독일에서 개최되는 ‘배틀 오브 더 이어'는 비보이 배틀의 월드컵으로 불리고 매년 관객 4만명이 모인다. 특히 이 대회에서 한국의 비보이들이 올리고 있는 성과는 정말 대단하다. 2001년 한국팀 ‘비주얼 쇼크'가 베스트쇼 상을 받아 물꼬를 텄고, 2002년에는 ‘익스프레션'이 우승, 2003년에는 ‘익스프레션' 준우승, ‘갬블러' 3위, 2004년에는 ‘갬블러'가 우승, 2005년에는 ‘라스트 포 원' 우승, ‘갬블러'가 3위를 차지했다. 또 영국 ‘UK 비보이 챔피언십'에서도 한국 팀이 2004·2005년 연속 우승을 했고, 2005년 스페인에서 열린 ‘레드불 BC ONE'에서는 준우승을 했다.
브레이크 댄스로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한국의 1세대 비보이팀으로는 ‘비주얼 쇼크' ‘서브웨이' ‘스파크' 등이 있고 2세대는 ‘익스프레션'(정확하게는 1.5세대로 분류) ‘갬블러' ‘리버스' ‘익스트림' 등이 있으며 ‘라스트 포 원'이 3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비보이는 약 3000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10여개팀 100명 정도는 어떤 국제대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비보이를 가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서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 한국이 최근 몇 년간 각종 세계 대회를 석권했고 현재 최고 수준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비보이의 춤동작을 담은 비디오는 해외 비보이 사이에서 일종의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한국의 비보이가 외국의 비보이 소재 비디오 게임 모델로 선정되는가 하면, 한국 비보이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내한하는 외국 비보이가 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처음 열린 국제대회인 ‘비보이 유닛'에는 7개국에서 8개 팀이 참가해 대전을 벌였고 한국의 ‘익스트림'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영상물로 제작돼 세계 30여개국에 판매됐고 비보이를 주제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비보이 문화가 훌륭한 한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대회를 후원했다.
또 한국관광공사에서 후원하는 ‘빅3' 비언어극 한류공연은 ‘난타'와 ‘도깨비 스톰' 그리고 비보이들이 대거 등장하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다. ‘난타'의 경우 관객 80%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고, 2005년 12월 막을 올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외국인 관객 20%대를 유지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은 한국의 비보이에게 국내 방송과 CF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성방송 KBS SKY에서 비보이 배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으며, 매경TV, M.net, MTV 등 케이블방송에서 비보이 관련 고정프로와 특집프로를 방영 중이다. 또 실력파 비보이들이 수많은 음료, 맥주, 자동차, 아파트, 청바지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비보이의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 민족이 박자에 강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탈춤만 봐도 박자와 추임새에 따라 춤을 추는데 이는 비트를 타고 춤을 추는 비보잉과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둘째,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잘 보급돼 온라인 매체를 통한 춤 동영상자료 접근이 쉬워 전반적으로 비보이들의 실력이 향상됐다. 예전에는 어떤 기술을 A선배, 또 다른 기술을 B선배에게 배워야 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전주 출신의 ‘라스트 포 원'이 2005년 ‘배틀 오브 더 이어' 챔피언에 등극한 것도 인터넷 덕분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별로 없었는데 인터넷 학습(e-러닝)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케이스라는 것이다. 한국의 비보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최고 실력파 비보이 동영상 자료를 보며 고도의 테크닉을 연마 할 수 있고, 거기에 자기만의 독창성을 더한 새로운 동작을 고안해내며, 상대방의 약점을 딛고 이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마저 찾는다.
셋째, 한국 비보이들의 피나는 연습이다. 보통 외국의 비보이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가 시간을 즐기면서 춤 연습을 하는데, 한국의 비보이는 하루 10시간 이상 춤만 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새로운 춤동작을 완벽하게 연마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비보이들은 군대에 가기 전에 기량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실력 향상 요소로 꼽기도 한다. 입대 전까지라는 한정된 시간에 최고 기량을 쌓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연습에 쏟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춤 연습은 비보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타박상, 골절은 다반사이고, 어깨 탈골, 무릎 십자인대 절단, 무릎연골 파열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거나 평생 춤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보이들은 이러한 위험 요소를 알면서도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익스프레션'의 김근서(28)씨는 “신세대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몸으로 느끼는 것을 더 선호한다. 따라서 춤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젊음을 바치는 비보이들의 피나는 노력이 한때의 몸장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한류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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