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방과후학교를 소개합니다

학원으로 갔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에 움츠러들었던 학부모들도 어깨를 펴고 있다. 지난해 3월 정책연구학교로 시작한 ‘방과 후 학교'가 만들어낸 풍경들이다. 방과 후 학교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방과 후 학교'가 가져온 교육현장의 변화를 따라가 본다.< 국정브리핑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1. 이렇게 달라져요 - 공교육의 희망찾기(상)
2. 이렇게 달라져요 - 공교육의 희망찾기(하)
3. 누구나 배워요 - 교육복지 어떻게 실현되나
4. 부담없이 보내요 - 사교육비 얼마나 줄어드나
5. 다함께 만들어요 - 학교, 지역의 교육·문화 허브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난영이는 오전에 학교를 마치고 오후에는 중학교에 간다. 하루에 학교를 두 번 가는 셈이다. 오전에는 정규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틈틈이 읽은 책을 놓고 또래 아이들과 독후감을 얘기한다. 집 근처 인헌중학교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난영이의 어머니 남두필 씨(서울 관악구)는 아이를 방과 후 학교에 맡기면서 사교육비의 지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영은이가 배우는 독서토론 하나만 하더라도 학원에 다니면 보통 15만 원을 넘지만, 여기에서는 3만 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남씨는 “집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부담없이 가르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사실 수준급 교육을 펼친다는 유명학원의 경우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에는 분점조차 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교육 여건이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방과 후 학교가 그런 점에서도 큰 위안이 된 것이라고 학부모들은 설명했다.

인헌중학교는 지난해 방과 후 학교 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돼 그동안 ‘강감찬 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해 왔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만도 원어민 영어회화, 논리수학, 독서토론을 비롯해 검도, 재즈댄스, 풍물, 마술 등으로 다양하다. 강사들도 수준급이다. 외부강사 선발 당시 ‘관련분야 전공 경력자'로 조건을 엄격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강료는 시중 학원의 절반 수준.

초등 수강생 36% 학원 그만 둬

학교 측에 따르면 방과 후 학교 운영 후 초등부 수강생의 36%가 학원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중등부 비율도 25%에 달했다. 수업의 질 측면에서는 초등부 응답자의 55%, 중등부에서는 75%가 만족한다고 응답, 반응이 좋은 편이다.





'강감찬 학교' 원어민 영어회화 학생들이 외국인 강사와 함께 영어로 물건을 사고 파는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삼성고등학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대 사범대의 도움을 얻어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와 대학생들이 팀을 이뤄 교사가 수업의 방향을 잡고 과제를 주면, 대학생들은 이를 점검하고 약한 부분을 개별지도해 주는 방식이 이 학교의 특징이다. 과목은 언어·영어·수학, 그룹 정원은 6명 이내로 제한된다. 삼성고는 또 외부강사를 초빙해 논술반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연계 심화반과 더불어 대학입시를 최우선으로 삼는 학생·학부모의 수요에 따른 것이다. 아무래도 고등학교여서 입시와 무관할 수 없는 프로그램 위주로 짜여있다. 노선희양(고2)은 “입시를 경험한 언니 오빠들의 개인지도여서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가려운지를 쏙쏙 알고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대입 논술의 경우 과외비는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10만 원 안팎에서 일부지역의 이른바 ‘쪽집게 논술'의 경우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학교의 경우 3만5000원 수준으로, 가정형편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차별 받을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서울 삼성고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소수정예 교과 심화' 학습을 하고 있다.

아직은 고등부 보다 초·중등서 효과 커

그러나 아직 효과가 만족스러울 만큼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학생의 71%가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또 48%는 사교육비로 한 달에 40만 원을 이상을 쓰고 있다. 방과 후 학교 시행 초기인 2004년의 각각 79%, 55%와 비교할 때 소폭 줄어든 수치다.
이 학교에서 특활을 담당하고 있는 노영자 교사는 “사실 사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대입을 코앞에 두고 다니던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그만두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며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고등부보다는 초·중등부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교사는 아직 시행 초기단계여서 그렇지, 자리가 잡히고 학부모들이 인정하게 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학생과 학부모 1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사교육을) 축소 또는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방과 후 학교의) 만족도도 6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그 전망이 매우 밝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무료' 거부감 해소 대책 필요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방과 후 학교 시범운영 후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최대 23% 줄어들었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29%의 학생이 다니던 학원이나 개인교습 등을 중단했다. 고등학생도 비슷하다.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당초 목적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확대 측면에서는 개선할 점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저소득층에게는 무료'라는 현 방침이 해당 학생들의 심적 거부감으로 이어져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헌중학교의 경우 모두 11명에게 무료로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없었다. 한창석 교장은 “‘가난해서 공짜로 배운다'는 사실이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거나 스스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같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방과 후 학교에 들어올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인 제도적 보완과 교사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