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 부작용은 없나?"

YTN FM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 (오전 06:00~08:00)

강성옥 앵커 ( 이하 앵커 ) : 오늘은 선생님의 은혜를 되새겨보는 스승의 날입니다. 하지만 요즘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사교육의 그늘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국의 4백 개 초중고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하고 오는 7월부터 적극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사교육 없는 학교 한 곳 당 향후 3년간 3억5천만 원을 지원하고, 해당 학교는 자율학교로 지정한다는 것인데요. 교육계 일각에선 학교를 아예 학원으로 둔갑시키는 발상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교육평론가 이범 씨와 함께 사교육 문제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교육평론가 이범 ( 이하 이범 ) : 예, 안녕하십니까?

앵커 : 반갑습니다. 제가 앞서 얘기한 대로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에 4백 개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해 지원한다고 하는데 일단 이번 정부 방침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 이범 : 일단 굉장히 강도 높고 체계적인 대책을 시행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반갑습니다. 일단 이 조치가 나름대로 성과를 얻기를 상당히 바라는 마음인데요, 다른 한 편으로는 정부가 병 주고 약주고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약간 약 오른 느낌도 있죠. 사실 정부가 출발할 때부터 사교육비 절감을 표방했었는데 실제로는 사교육비가 계속 올라가는 그런 정책을 폈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거든요. 실제로 사교육비 통계도 올라갔고요. 그래서 굉장히 뒤늦고 어떻게 보면 여태까지 취했던 정책과는 좀 다른 방향의 정책이지만 어찌 됐든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앵커 : 그런데 사교육 없는 시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를 포함해서 방과 후 학교의 주요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거의 모두가 외부 강사를 영입해서 국영수 위주로 강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사교육 없는 학교가 확대 운영 되더라도 이처럼 국영수 위주의 입시 공부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요.

☎ 이범 : 노무현 정부, 즉 참여정부 때부터 방과 후 학교가 적극적으로 추진이 됐는데요, 그 때부터 첫 단추를 약간은 잘못 낀 면이 있습니다. 방과 후 학교는 미국 같은 데서도 있는 제돈데요. 거기서는 주로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집에 가면 아무도 없는데 그럼 학교에서 누군가 돌봐주면 좋지 않겠습니까?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던 건데요,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때 사교육 줄이기 대책으로 쓰기 위해서 기획을 그렇게 했죠. 그래서 개인 강사나 또는 비영리 법인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가 작년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영리법인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터 놨는데요,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는 영리 법인이나 또는 학원 강사의 참여가 생각보다 그렇게 활발하진 않고, 그래서 활성화시키려는 조치를 여러 번 취해 왔죠. 이번 조치도 그런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학교라는 하드웨어가 나름대로 훌륭한 공간 아닙니까? 임대료를 낼 필요도 없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교육 이념적으로 우선 생각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학교를 학원화 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반발은 하시겠죠. 사실 저는 그래도 학교라는 하드웨어를 우리들의 나름대로의 필요에 따라서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괜찮은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네, 그런데 서울시 교육청이 시범 선정한 사교육 없는 시범학교는 모두 21개 초·중·고등학교인데 강남과 송파 지역의 9개 학교를 포함해서 고액 학원 밀집지역인 목동과 중계동 주변의 학교들이 대거 포함이 됐더군요. 그러니까 교육 환경이 열악한 15개 자치구에서는, 그게 이제 주로 강북지역에 있는 자치구인데요. 여기는 단 한 곳의 학교도 선정되지 못했는데 이걸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이범 : 정부의 다른 정책들하고 어떤 일관된 맥이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 자사고를 100개 만들겠다, 특목고를 늘리겠다, 이런 식으로 사실 상 교고 평준화를 포기하는 듯 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이번에도 600억에 달하는 상당히 큰 예산을 집행하는 이런 사업인데도 교육 여건을 균등하게 만들어줬다는 그런 취지의 정책이 아니라 사실은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정책이란 말 이예요. 그러니까 이게 성과를 높게 거뒀다고 입증을 하려면 처음부터 사교육이 성행하는 지역에서 시작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고교평준화를 좀 포기하는 듯 한 전체적인 정책 방향하고 나름대로 일관된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교육여건을 균등하게 하는 것 보다는 어쨌든 사교육 많이 받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서 그 지역의 사교육비를 줄여보자, 이런 식의 발상에서 시작된 그런 정책이죠.

앵커 : 네, 그러다 보니까요, 저소득층이나 학원이 부족한 농어촌의 학교를 먼저 지원하지 않고 사교육이 활성화 되어 있는 지역을 지원하다보니까 결국은 이게 또 교육의 양극화로 가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 이범 : 그렇죠. 서울시의 교육위원을 하시는 분 한 분이 이런 개탄을 하시던데 한 쪽에서는 아이가 굶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아이가 비만이라서 그 아이를 지원해 주기 위해서 헬스클럽을 만들어주는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정책 아니냐, 이렇게 꼬집으시던데 나름대로 공감되는 면이 있죠.

앵커 : 네, 그러니까 비만인 아이, 살빼기 위해서 헬스클럽 보내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건데 그에 못지않게 정말 굶고 있는 농어촌의 아이들,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먹고 살만한 걸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대책이 또 나와야 이게 형평에 맞을 것 같은데요. 사교육 없는 학교는 일단 정부가 모두 자율학교로 지정해서 교육과정 편성이나 운영 등을 자율화하고요, 또 학교장의 교원 인사권도 강화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 일선 학교의 운영에 큰 변화가 있겠죠?

☎ 이범 : 자율학교라는 말이 또 튀어나오니까 어리둥절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자율학교는 어떤 특별한 학교의 종류를 지칭하는 것이긴 한데 이를 테면 자율학교면 특목고가 되느냐, 그런 것은 아니고요. 일반학교도 자율학교가 될 수 있고, 특목고도 자율학교가 될 수 있고, 또는 특성학교라는 게 있거든요. 이런 것도 자율학교가 될 수 있고, 그러니까 기존의 학교 분류와 상관없이 다른 차원에서 지정될 수 있는 학교입니다. 자율학교로 지정이 되면 일단 교장 공모제를 실시를 할 수가 있고요, 그래서 관료적인 승진 절차를 밟지 않고도 유능해 보이는 분들은 교장으로 모실 수 있게 되어 있는 그런 것이 제일 중요한 특징이고요, 이번에 발표된 정책에서는 잘 드러났습니다만 학교의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게 사실 학교 단위로 자율적으로 되는 게 아니고요, 중앙정부에서 이런 식의 교육과정으로 학생을 가르치라고 거의 획일적으로 통제를 하거든요. 그런데 자율학교가 되면 상당 부분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서 이 과정을 달리 편성할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자율권이 커지는 그런 특징이 있는 학굔데요. 재미있는 것은 자율학교의 제일 중요한 특징은 교장 공모제인데, 교장 공모제를 자율학교가 확대 시행되는 2,500개나 되는 학교에 모두 시행을 하겠다는 건지, 이런 게 조금 이번 발표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앵커 : 네, 그런데 문제는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 그 취지와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고, 또 지지를 받고 있는데 현실적인 문제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100% 믿고 과연 자신의 자녀들을 학원에 안 보낼 것인지 사교육을 끊을 수 있을 것인지 이게 가장 관건이 되는데요.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고 또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이나 밤늦게 주변의 학원으로 향하는 이런 2중 고통을 당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도 하시더군요.

☎ 이범 : 네, 사교육의 원인이 뭐냐, 이런 질문을 제가 많이 받는데요. 사교육을 찾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죠. 일단은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예를 들면 쉬운 예로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데 P발음하고 F발음을 잘 구별을 못하더라, 그게 여태까지 우리나라 학교에서 그런 것 잘 바로 잡아주지 않았거든요. 사실은. 그러니까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원을 보내면 학원에서는 그런 것을 바로 잡아줄 테니까 학원에 보내자, 이런 발상이 있을 수 있죠. 그러니까 학교 불만족 때문에 나타나는 사교육은 사실 단위학교에서 정책을 잘 펴면 어느 정도는 제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사교육의 첫 번째 원인보다 사실은 더 큰 원인이 선발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거든요. 대학에서, 고3을 겪어 본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다 아실 텐데 대학 배치표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배치표에서 한 칸이라도 위에 있는 대학에 올라가게 되면 일생동안 얻게 되는 프리미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거기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선발 경쟁이 벌어지는데요. 사실 이것은 단위 학교 노력만으로는 원칙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지금 내신 성적이 대입에서도 작용하고 외고 같은 특목고 입시에서도 작용하는데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관리하고 가르쳐서 모든 학생들이 10점씩 오르면 그러면 상대평가니까 등수는 그대로 라는 얘기거든요. 그러면 아무리 잘 가르쳐서 학생들을 다 10점 씩 올려봐야 등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또 추가로 뭔가 더 해서 등수를 올려서 더 상위 서열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단 말이죠. 선발경쟁을 위한 사교육은 사실 이번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단위 학교 수준의 노력으로는 사실 해결하기가 불가능한 거죠.

앵커 : 네, 이건 학벌주의 같은 전 사회적인 의식의 문제이고요, 어떤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죠. 그런데 학교 교육에 대한,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가 사교육 없는 학교, 이런 형태로 나타난 것 같은데요, 과연 문제의 진짜 관건이 제가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학부모들이 믿어줄 것인가, 바로 이것인데요.

☎ 이범 : 사실은 저도 다음 주 화요일에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학교 중에 한 군데 학부모 대상 특강을 하러 가게 되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인데요. 그런데 이 학교에 가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직접 강연도 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고 그럴 텐데 사실 사교육 학교로 지정된 학교가 아니더라도 일선 학교에 가서 강연을 해 보면요. 학부모님들 입장에선 여태까지 워낙 많은 사교육 정부 대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를 거둬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사실 이번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도 설령 제대로 시행된다 할지라도 실제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가시적인 효과를 얻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보이고요,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고 적극적으로 동참을 시키기 위한 그런 각별한 노력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 네, 얼마 전에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래기획 위원회가 밤 10시 이후에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제안했는데 이게 당·정·청 간에 상당히 엇박자를 보이면서 논란이 일었는데요, 학원 교습 제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 이범 : 이 정책은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편인데요. 처음에 어떤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어떤 일간지와의 인터뷰 석상에서 얘기한 거거든요. 이게 크게 보도가 되면서 교육당국인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우리하고 아무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그렇게 얘기를 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식으로 반발을 했고, 결국은 교통정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최종 발표가 나지 않고 있는 상태거든요. 이게 사실 단순히 어느 쪽 영역의 사업이냐, 제대로 협의를 사전에 거쳤느냐, 안 거쳤느냐, 이런 문제만이 아니고 사실은 교육 관료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쪽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새로운 교육 정책의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하고 상당히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 네, 그렇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범 : 예, 감사합니다.

앵커 : 지금까지 교육 평론가 이범 씨와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