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에 ‘미국 교과서·커리큘럼’ 그대로 영어몰입

ㆍ국제중 열풍 편승 홍보… 유치원까지 번져

'국제초등학교'를 표방하는 학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학원은 단순히 영어로 수업하는 것을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며 아예 미국의 교과서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강조한 '영어 몰입 교육'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동의 ㅍ학원 관계자는 국제학교 커리큘럼을 내세우며 "학교를 마친 뒤 학원에서 3시간 정도 더 공부한다"며 "사실상 국제초등학교를 다니는 셈"이라고 홍보했다. '국제초등학교'형 학원들은 외국인 강사가 국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미국 또는 영국 교과서로 수업을 운영한다. 한 반의 학생 수는 10~15명 정도다.

영어 수업이기 때문에 입학시험은 기본이다. 레벨 테스트를 거쳐 각기 다른 수준의 반에 배치된다. 강남구 대치동의 ㄴ어학원 관계자는 "미국 교과서를 가지고 100% 영어로 수업하며 미국식 수업이기 때문에 토론이 많다"면서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ㅍ학원과 ㄴ학원은 지난해 말 문을 열었거나 해당 과정을 신설했다.

이 같은 학원이 생겨난 데는 '국제중' 열풍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현실도 작용하고 있다. ㅍ학원 관계자는 "국제중에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를 적응시키려는 분위기가 많다"며 "여기에 최근 고환율 때문에 조기유학 갔다가 중도 귀국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학 때 일시 귀국한 학생들을 위한 학원들은 수년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요즘에는 국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수업을 하는 상시 운영체제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영어 몰입 교육과 국제중 열풍은 '국제초등학교'를 넘어 '국제유치원'으로 번지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의 ㄹ학원은 4~7세 어린이들이 다니는 유아 영어 학원이다. 미국 유치원의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는 학원에서는 미국 아이들보다 1년 먼저 배우는 '선행학습' 프로그램을 내걸고 있다. 이 학원을 거치면 같은 계열의 초등학생 대상 ㄹ학원으로 수업이 이어진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 몰입 교육'을 심어주는 것이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어 몰입 교육과 함께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정책이 '국제'라는 애매한 수식어를 달고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교육이 국제적 교육자본에 좌우될 것임을 보여주는 전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이 '미국식 공교육'으로 포장된 사교육에 알게 모르게 침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어학원에 대한 특별한 수업과정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학원이 불법은 아니다"라며 "다만 수강료가 지나치게 비쌀 경우는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 이용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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