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학입시 업무를 맡게 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2013년쯤 3불(不) 정책을 폐지할 것임을 시사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정책으로 금지해온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대학 자율로 시행할 수 있게 풀어주겠다는 뜻이다.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30일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대학 자율로 두어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고 잇따라 지난 5일 대교협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도 이른바 '대입 3불 정책' 폐지를 시사했다. 그는 “3불 정책은 대학자율화라는 큰 틀에 비춰볼 때 상호 거리가 있는 정책이다. 특별히 대학의 경쟁력과 대학교육의 질 제고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고 있는 3불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하면서 입학사정관 제도가 활성화되면 점수만이 아니라 대학의 건학이념이나 학생의 특출난 장점 등 대학특성화에 맞게 다른 요소로도 선발하게 되므로 3불 정책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3불 정책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보는 논리는 대체로 정부가 대학에 자율권을 주고 입시와 관련해서는 손을 떼는 게 세계적 흐름으로 국가경쟁력의 바탕인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자율과 경쟁이 중시돼야 한다는 데 있다. 대학별로 다양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전형 방법 확대와 본고사 실시, 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학교 간 경쟁은 불가피하며 기여입학제 또한 정원외 선발과 입학생의 최소학력기준 충족 등이 담보되고 저소득 가정 학생 장학금 확충 등이 뒷받침된다면 무조건 회피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는 3불 정책이 그나마 공교육이 유지되고 있는 끈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참교육학부모회는 "'3불정책'이 초중등 교육을 대학입시에 종속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교육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이다"라고 전하며 "자기능력과 상관없이 선배들의 대입성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고교등급제, 고교 3년간의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논술형 본고사, 학력을 돈으로 사는 기여입학제는 교육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당국에는 대교협으로 이관한 대입 업무를 다시금 되찾아 직접 관장할 것을 촉구하며 "아이의 교육은 학부모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져야할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3불 정책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히면서 공교육 활성화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고 교원평가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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