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꼭 자살을 할 것 같아요

질문 딸아이가 꼭 자살을 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이제 중3인 학생을 둔 부모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노심초사하며 지내고 있는 나날입니다. 정말 겁도 나고 무섭고...도대체 어떻게 지도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중 3인 딸이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죽어버릴꺼야! 내가 죽으면 시원하지?"라며 대듭니다. 처음엔 야단도 많이 치고 화도 내고 하였는데, 실은 몇 달전 딸애가 자살시도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중 3이라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애 방엘 들어갔다가 수면제를 잔뜩 먹고서 널부러져있는 약병과 나뒹구는 약들을 보면서 너무 놀라 바로 응급실로 데리고 갔거든요. 다행히 목숨엔 지장이 없었지만 아이가 왜 이렇게까지 저를 힘들게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며 목숨을 끊으려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듣기로 정말 자살할 사람은 죽겠다는 말을 안한다고 하는데, 저희 딸애도 그러면 저를 협박하려거나 아니면 겁주려고 하는걸까요? 자살 시도 이후에는 그 아이가 죽겠다는 말만 하면 오싹합니다. 저희 집은 그저 평범한 집안이고, 아이도 잘 지냈었는데... 학교에서도 별 어려움 없는 것 같고요. 단지 사춘기라고만 하기엔 심한 것 같습니다.

전 그렇지만 자살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어서 딸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머리 속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살을 대체 왜들 하려는지, 자살을 할 진짜 위험을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구별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제 딸아이의 자살예방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제가 뭘 알아야 딸을 대하는데 좀 더 수월할 것 같아요. 요즘 같아선 정말 백지장 같아요. 우리 모녀관계도 그렇고..답변 부탁드립니다.

답변 딸아이가 꼭 자살을 할 것 같아요

절박한 심정이신 것 같아요. 일단 따님의 문제가 걸려있고, 그것이 바로 생사와 직결되니 말입니다. 항상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실테니...따님의 자살 기도와 계속되는 자살 언급으로 인해 **님이 많이 불안하고 힘드실것 같네요. **님께서 궁금하신 자살의 실태나 예방책 등에 대해 말씀 드릴테니, 잘 참고하셔서 따님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청소년을 11세에서 25세까지로 볼 때 이들의 총 자살에서의 차지 비중은 타 연령층에 비해 가장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살율 역시 청소년층이 현저하게 상층에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진실이 외면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요. 그것은 우리 나라의 일반적인 자살 금기시로 인해 자살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면모도 있습니다. 그런 자살에 관한 미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지요.

먼저 **님이 말씀하신, '죽을 사람은 죽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처럼 생각들을 합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 의하면 자살자 10명중에 8명은 자살의 의도를 어떤 방식으로든 알린다고 합니다. 둘째, 자살자는 자살을 확고하게 분명하게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살자는 죽을 때까지 자살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구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요. 즉 자신이 자살을 행하여도 타인이 구해줄 수 있기를 한편으로는 바란다는 겁니다. 세 번째로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언제나 자살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살의욕은 시간 제한적입니다. 예컨대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기도를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우울증에서 벗어나면 자살의도도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점도 물론 있습니다. 우울증의 회복과정에서 자살의 위험이 더 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넷째, 한 번 자살에 실패한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역시 이러한 생각도 허구이지요. 왜냐하면 자살자 중에는 이전에 자살기도를 하였던 사람이 30%이상이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자살이 심리적 장애의 표현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상태에서 자살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 대체 자살은 왜 하는건지, 자살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보도록 하죠. 먼저 그들은 자살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살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다른 어떤 방도도 찾을수가 없었다. 나의 혹독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도였다. 자살이 내가 해결하여야 할 문제의 답이었다"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자살이 생의 고통과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며,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도피하고자 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면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보통 자살자의 스트레스 원천은 심리적 욕구의 좌절입니다. 이런 자살에 수반하는 공통적인 정서는 바로 절망과 무기력감이 되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으며,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느낌이 위주가 됩니다. 즉 좌절된 의존심에서 비롯된 절망과 무기력감을 일컫는 거랍니다. 또한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자살자의 마음은 양가적입니다. 자살행위와 도움의 요청, 이 두가지가 바로 자살순간까지 이르는 자살자의 상태라고 봅니다. 이렇게 자살하는 사람들의 인지는 매우 위축이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흑백논리처럼 융통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거든요. 몇몇 연구나 신문 기사에 따르면 현대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가 자살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즉 청소년들의 심한 경쟁상황, 미래의 불확실성, 도덕성의 상실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로 하여금 실패나 좌절상태에서 삶의 무의미감, 절망감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런 상황에서 자살률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거지요.

그러나 정말 자살이란 절실한 인간 삶의 문제입니다. 일회적이고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자살에 있어서의 예방이란 무척 중요한 측면입니다. 이때 바로 자살위험의 평가가 필요하게 되는데 자살을 미리 막으려면 개인에게 자살의도가 있는지,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자살에 대해 알아보고 묻고 탐색하는 것은 자살하려했던 개인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어느 정도의 안심을 시켜주는 효과가 있지요. 자살을 예측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자살계획에 대한 단서는 은밀하게 유서를 작성하거나 갑작스런 유서의 작성 등에서 찾을 수 있고 또한 개인의 언행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난 모든 사람의 짐이 될 뿐이다, 상황이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등의 표현에서 자살의도가 암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한 초조하고 불안해하던 사람이 갑자기 평온한 모습을 띠면 호전된 것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바로 그것이 자살의 위험신호가 되기도 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님께서 자살이야기를 자꾸 언급하고 자살을 하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위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날 좀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어머님의 대처방식이 정말 중요합니다. 일단 자살에 대해 간단한 지식을 이제 아셨을테니 자살예방개입을 하셔야겠지요. 자살할 위험이 아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미리 그런 상황을 호전시키고 없애는 것이 최우선책이 되니까요. 어머님 힘으로 부족하다 싶으실 땐, 꼭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실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살이란 위험이 매우 큰 사고거든요. 심리치료를 하게 되면 아마도 따님이 지금의 힘든 시기를 자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한국청소년상담원(http://kyci.or.kr) 상담 사례 中 -

2008-10-22 작성자 : 서울특별시교육청 / 공보담당관실 / 신경미( 02-3999-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