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존심을 살려주자

"우리 VIP!"
건훈이가 집에 오면 내가 부르는 별명이다. 그러면 건훈이는 "엄마, 놀리지 마세요."
하면서도 싫지 않은 눈치다. 방학때 집에 오면 오래간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을 담은 농담이기도 하지만, 건훈이를 VIP로 대하려는 내 마음은 조금도 거짓이 아니다. 그래서 건훈이가 집에 오면 나는 물 한 잔을 줄 때에도 그냥 주지 않는다. 예쁜 컵에 받침까지 갖다 대고 "우리 VIP, 물"하면서 준다.

가끔 젊은 부모들이 결코 어리지 않은 아이를 갓난아기 대하듯 얼르거나 비위를 맞추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은 아이를 VIP처럼 대하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아이를 VIP대하듯 대해주자. 미래의 엘리트로 인정해 주자. 아이가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며, 아이의 몫을 정당하게 인정해 주자. 가능하면 아이가 스스로 제 일을 결정할 기회를 주자. 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아이는 밖에서도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며,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게 되고 남도 귀하게 대접할 수 있게 된다. 대접을 받아본 사람이 남을 대접할 줄도 안다.

누군가를 최고로 대우 해준다는 데에는 그 사람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거기에 겉맞는 책임과 도리가 지워진다는 의미도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를 어리다고 아무렇게 대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취급하면 아이도 그에 맞추어서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유치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면 아이도 거기에 맞추어 의젓해진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를 위한다며 아이 대신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린다. 그리고는 불만을 터뜨리는 아이에게 말한다.
"네까짓게 뭘 알아? 안돼!"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무조건 엄마말 들어!"
하지만 아이에게도 의견이 있고 기호가 있다. 아이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고, 그 선택을 지지해줄 때, 아이들을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정신 분석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자아개념은 '본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50%,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생각하는가' 50%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즉 타인이 보는 시선에 따라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특히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해 주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질 수도 있고,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질 수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늘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 실패를 딛고 성공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본인의 강한 의지가 기본이 되었겠지만, 그들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준 지지자들의 덕도 크다. 그 지지자들은 대부분 어머니들이다.

우리가 잘 아는 에디슨을 위대한 발명가로 키운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에디슨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저능아 취급을 당했지만, 그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감춰진 재능까지 계발하도록 도와주었다. 만일 그의 어머니마저 아들을 저능아라고 생각했다면, 에디슨은 열등감 때문에 많은 발명품들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응, 응'하며 대답은 하는데, 아이의 의도에 대해선 건성으로 넘기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들이 정성을 다해 그려온 그림이나, 작품들을 보고도 별 감흥 없이 대수롭지 않게 대하기도 한다. 다른 어른들, 특히 VIP같은 높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그렇게 했다가는 교양없는 사람, 예의 없는 사람, 성의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T팩 인터내셔널'의 대표인 켈리 레인하트의 부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느날, 11살짜리 딸 켈리가 도화지에 그림을 한 장 그려왔다. 그들 부모는 늘 그렇듯이 딸의 그림을 주의 깊게 감상했고, 그 그림에 대단한 아이디어가 들어있음을 발견했다. 도화지에는 권총집 모양의 '허벅다리 주머니(T)팩'의 도안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부모는 그 그림을 보고 시제품을 만들어 라스베이거스 상품 박람회에 출품을 했고, 그 제품으로 미 육군과 100달러짜리 계약을 맺게 되었다.

켈리 레인하트는 이렇게 해서 10대에 기업가가 될 수 있었다. 만일 켈리의 부모가 딸의 그림을 어린아이의 낙서쯤으로 여겼다면, 켈리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2008-10-22 작성자 : 서울특별시교육청 / 공보담당관실 / 신경미( 02-3999-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