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의 도입
정부는 이제까지 학교에서 방과 후에 다양한 유형으로 수행되어 오던 방과후 교육활동(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후 교실 등)들을 ‘방과후학교’라는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운영체제로 통합하여 수행할 계획이다.
운영주체, 교육대상 및 교육시간의 개방
방과후학교에서는 운영주체가 개방된다. 즉 종전에는 학교만이 방과후 교육활동을 운영하였으나, 앞으로는 학부모회, 비영리기관이나 단체도 방과후 교육활동을 운영할 수 있다. 교육대상도 다양화된다. 즉 이제까지는 어떤 학교의 방과후 교육활동에는 해당학교의 학생만이 참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타학교 학생, 학업중단청소년, 성인까지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운영시간도 확대된다. 이제까지는 학교일과시간까지 방과후 교육활동이 운영되었으나, 앞으로는 초, 중학교에서도 학생, 학부모의 필요를 반영하여 일과시간 후에도 방과후 교육활동이 운영되게 된다. 그리고 방과후학교에서는 운영체제가 개방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인사, 시설, 조직과의 협력체제가 더욱 개방화되고 강화된다. 현행 방과후 교육활동을 이렇게 새로운 운영체제인 방과후학교로 전환하는 이유는 수요자의 필요와 요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교육비경감 종합대책’과의 관계
2004년 2월 정부는 ‘사교육비경감종합대책’을 발표하였으며, 여기에는 빠른 시간 내에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체제 내로 흡수하기 위한 단기대책의 일환으로 ‘수능방송 및 인터넷 강의를 통한 수능과외 대책’,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을 통한 교과과외 흡수’, ‘특기적성교육 활성화를 통한 재능,영어 과외수요 충족’,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후 교실운영을 통한 탁아수요 흡수’ 등의 방안이 포함되었다. 사교육비경감의 주요대책으로 방과후 교육활동의 강화방안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대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교육비경감은 방과후학교 운영을 통해서 달성하려고 하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부수적인 효과이지, 방과후학교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첫 번째로 중요한 목적은 아니다.
방과후학교 체제의 주요 운영목적 네 가지
기존에 학교에서 운영하던 방과후 교육활동들을 방과후학교 체제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하여 전인교육을 달성
첫 번째 목적은 언어, 수학, 사회, 과학, 예술, 체육, 도덕성, 지도성 등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 개개인이 지닌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굴,계발하여 인성과 창의성, 신체적 능력이 조화를 이룬 전인교육을 달성하는 것이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하여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사교육비를 경감한다는 기본 철학과 입장에서 계획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학생이 지닌 다양한 영역에서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굴,계발하는 일은 정규학교교육만을 통해서는 성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방과후 교육활동이 필요하다.
둘째,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의 함양
두번째로 현재와 미래사회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문제와 정보를 찾아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정규수업시간을 통해서 이러한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함양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정해진 학습내용을 배워야 하는 정규수업만을 가지고는 이러한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충분치 않다.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은 교사의 많은 개입 없이 학생이 자기의 능력과 흥미에 부합하는 내용을 배우고 관련된 활동을 할 때 잘 함양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흥미, 능력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보편적인 내용을 제한된 시간에 지도하는 정규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함양하기 어렵다. 학습내용과 활동, 시간이 융통성 있고 다양한 방과후 교육활동에서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은 더 잘 함양될 수 있다. 21C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학생의 인성, 창의성,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방과후 교육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자질을 잘 키워줄 수 있다. 외국의 방과후 교육활동은 이러한 자질을 함양하는데 많은 비중을 둔다.
셋째, 교육복지 차원에서 갖는 의미
방과후학교의 세 번째 목적은 어려운 가정 사정 때문에 방과후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서 그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청소년위원회(2004)의 연구에 의하면, 방과후에 성인보호자 없이 방치되는 학생이 36%이며, 맞벌이 가정에서는 57%가 보호자 없이 방치된다.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저소득 계층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에 따라 방과후에 부모의 퇴근 때까지 ‘나홀로’ 지내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방과후에 적절한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면 각종 문제행동이나 비행,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학습부진과 학교부적응에 이르게 된다.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운 학생들은 결식을 하여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받는다. 저소득계층의 학생들에게 국가가 무상이나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양질의 방과후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심신이 건전한 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학생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받는 방과후 교육활동의 차이는 교육격차, 학력격차로 이어지게 되고, 이러한 차이는 사회양극화를 고착, 심화시키게 되는데, 방과후학교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넷째, 사교육비의 절감
방과후학교의 네 번째 목적은 우리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특수한 문제인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사교육비는 모든 사회계층의 학부모들이 매우 부담을 느낄 정도이나,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특히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자녀의 보육을 위해서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비는 가정, 국가의 경제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사교육비 절감이 방과후학교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한 중요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방과후학교의 보다 중요한 목적은 모든 계층의 학생 개개인이 지닌 다양한 잠재 능력 계발을 통한 전인교육의 달성이며, 21C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의 함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방과후학교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방과후학교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원(한국교육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