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호주에 눈이 펑펑,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크리스마스인 25일 여름철인 호주의 일부 지역에 겨울철에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탐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기적과도 같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출했다.

이날 퀸즐랜드 주는 한 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려 많은 주민들이 바닷가를 찾았으나 빅토리아, 태즈메이니아, 뉴사우스웨일스 주 등은 비가 내리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부 고지대에는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드니는 이날 최고 온도가 섭씨 27도로 여름철 기온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나 빅토리아 주 멜버른은 최고 온도가 14.5도, 최저 온도가 8.5도로 여름철 온도로는 사상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하면서 눈과 우박이 쏟아졌다.

특히 빅토리아 주 산간지대는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지면서 많은 양의 눈이 내려 마운트 보우보우는 25CM의 눈이 쌓여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고, 멜버른 동쪽에 있는 레이크 마운틴에는 23CM의 눈이 쌓였다.

빅토리아 주는 1명의 인명 피해와 32 채의 주택 소실 등의 피해를 가져온 여름철 산불이 3주째 계속되고 있는 곳으로 이날 낮은 기온과 쏟아진 눈과 비 덕분에 소방관들의 산불 진화 작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즈메이니아와 뉴사우스웨일스 주 고지대에도 이날 탐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여름철의 푸르른 대지를 하얗게 덮었다.

이날 많은 지역에 눈이 내리자 시민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춤을 추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축하했으며 어린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거나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전했다.

산불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관들도 너울거리는 화염을 향해 물 대신 눈을 뿌려댔다.

빅토리아 주의 한 주민은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비가 내렸는데 낮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면서 "여름철 호주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이루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크게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눈이 며칠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웃 나라인 뉴질랜드 일부 지역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름철 눈이 내렸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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