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민웅기 기자 = 충북 교육계는 올해를 유난히 시끄러웠던 한 해로 기억할 것 같다.
5월 진천군 모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 잔반을 어린이들에게 강제로 먹인 사건이 발생했고 그 여파가 계속 번지는 가운데 청주의 모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는 어이 없는 사건이 터졌다.
하반기에는 전교조 충북지부와 충북장애인권연대가 도교육청에서 각각 51일, 22일간 천막농성을 벌였고, 그밖에 학교 폭력 사태와 초등학교 교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는 등 그야말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 진천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집단불만이 결국 학교급식 거부로 이어졌다.
학생과 학부모 40여명은 도교육청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영양사가 급식지도를 한다면서 잔반통 앞에 지키고 서서 어린이들이 먹다 남긴 잔반을 강제로 먹이고 안먹으면 볼을 꼬집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면서 영양사의 처벌을 요구했다.
진천교육청과 도교육청이 이 문제를 쉽게 매듭 짓지 못하자 8월에는 이 학교 이모(여) 교장과 학부모 대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각각 도교육위원회에 청원을 내기에 이르렀으나 4대 교육위원회 임기(8월말)에 쫓겨 채택되지 않았다.
이 교장은 같은 달 진천교육청과 도교육청이 자신에 대한 면직을 종용하는 등 이른바 '왕따 교장'을 만들었다면서 강하게 비난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생겼다며 진단서를 첨부해 제출하는 등 이 문제는 여름 내내 충북교육계를 뜨겁게 달궜다.
진천교육청은 영양사와 조리사의 타 학교 전보 등으로 이 문제를 수습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5월 18일 청주 모초등학교에서는 여교사가 학부모들의 요구에 굴복, 무릎을 꿇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져 교육계를 경악시켰다.
이 학교 회의실에 2학년 학부모들이 찾아와 "담임교사가 급식시간(15분)에 학생들에게 식사를 빨리 하도록 재촉, 학생이 체하는가 하면 식사시간을 못지킬 경우 반성문을 쓰게 했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할것과 사표를 제출하라고 강요했다.
해당 여교사는 "사과를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무릎을 꿇겠다"며 바닥에 꿇어 앉았고 이 문제는 전국에 보도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와 도교육청 및 청주교육청 등이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1주일 후에는 7개의 교원사기 진작책과 학교 내 교권보호를 위한 지침을 마련, 일선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특히 충북교총과 청주교육청은 학부모 등 2명을 1주일 후 검찰에 고발했으나 3개월 후 학부모 등으로부터 사과문을 받아 검찰에 제출, 불기소처분됨으로써 사건은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충북도교육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에 나섰던 국회 최재성(열린우리당) 의원은 "충북지역 학교의 21.4%가 식당 좌석 회전율이 3회전을 초과, 전국 평균 12.6%를 훨씬 웃돌고 있다"면서 "배식 대기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학생들의 순수 식사시간은 매우 촉박한 실정이며 이는 급식여건이 다른 시도보다 열악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좌석 회전율 3회전 초과 사유는 식당공간 확충 부족이 46.3%, 예산부족이 32.6%로 대부분 물리적 한계로 인한 것"이라며 "점심시간의 탄력적 운영, 즉 학년별로 점심시간의 차이를 두어 혼잡을 피하는 방법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국정감사를 벌인 주호영(한나라당) 의원도 "급식소 협소 등으로 원활치 못한 배식과 학교 급식시설.설비.기구의 노후화 등이 이번 사태의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5월 25일에는 청주 모여중 3학년 김모(15)양이 같은 학교 정모(15)양을 수차례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저질러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 충격을 줬다.
그런가 하면 도교육청을 상대로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내기 위한 단체들의 집단행동도 잇따라 도교육청 정문이 농성장으로 바뀌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충북장애인권연대는 7월 19일 장애인 교육권 확보와 장애인 교육비 증액 등을 요구하며 도교육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 폭염 속에서 22일 동안 농성을 계속했다.
충북장애인권연대는 농성을 풀면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도교육청은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정책개발 및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21개 항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도 9월 14일 차등성과급제 폐지와 교원 평가 반대, 도교육청의 성의 있는 단체교섭 등을 촉구하는 충북교사 결의대회를 마친 뒤 도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 무려 51일간이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9월에는 제천 모초등학교 교사가 어린 제자들을 성추행한 사건과 관련,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이 교사는 학교에 사표를 제출한 뒤 '의원면직'했고 후에 국정감사에서 다시 '솜방망이 징계'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재조사를 강력히 반대해 끝내 재조사나 형사고발 등의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청소년위원회가 16개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청소년 대책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 이달 말 대통령상을 받고 전국 교육용 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시.도 가운데 최다 입상, 전국 ICT(정보통신기술) 활용연구대회 학교경영 부문 최우수상 수상 등 기쁜 소식들도 잇따라 교육계에 다소 위안이 됐다.
또 13일 발표된 수능성적에서도 충북 응시자수는 전국 대비 1.97%에 불과하나 충북의 1등급 점유율은 2.31%로 나타났고 과목별로도 언어 6%를 비롯, 수리 가형 4.8%, 수리 나형 4.57%, 외국어 4.80% 등으로 전국 1등급 비율 4%를 웃돌아 학력 제고에도 노력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도 많은 난제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슬기롭게 해결했다"면서 "일부에선 미흡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관심.사랑.화합'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새해에는 더욱 충북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wki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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