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의 소중함

글, 문희봉 <시인·서산교육청 학무과장>

2007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화장실 및 운동장 청소가 어린이들의 손을 떠나 외부용역에 맡겨진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내 좁은 소견으로는 환영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확실하게 해내는 어린이들의 미래는 밝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어린이들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찬 바람 이겨내며 커온 야생화가 강인하다.

강인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힘든 일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인내를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 두 시간 독서하는 것은 못 참아도 하루 내내 컴퓨터 게임하는 것은 참아내는 아이로 키워서는 안 된다.

자신이 자고 난 이부자리는 개어 장롱에 얹을 수 있고, 자신의 방도 스스로 청소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 부모들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바깥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유괴나 폭행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정도라면 혼자서도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 곳에도 끼울 데가 없는 나사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잉보호나 과잉 기대가 아이를 망친다. 용돈도 원칙 없는 기준에 의해 주기보다는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근로의 소중함도 일깨우고 힘든 일도 이겨내는 슬기를 발휘하게 해야 한다.

우매한 부모는 사랑스런 자식을 과보호로 키워 의타심, 소심증, 자기중심적 사고, 배타심만을 소유하게 해놓고 효를 기대하는 우를 범한다.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도록 키워놓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후회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세상에 너밖에 없다고 키워 놓았으니 부모를 공경하고자 하는 마음이 싹트겠는가? 인격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절차탁마하여 흠절을 고치고 채워가면서 영글어가는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지만 화장실 청소도 시키고, 운동장 청소도 시키는 현명한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을까.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내 자식만큼은 ‘금쪽 같은 내 새끼'다. 이 세상의 어느 것하고 바꾸자 해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렇기에 올바른 사리판단을 할 수 있고, 자신에게 닥쳐오는 난관도 이겨낼 수 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자. 그게 현명한 부모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베풂이자 최선의 교육방법이다.

자신의 창조자는 바로 자신이다. 앞으로의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그런 자신을 심신이 연약한 인간으로 자라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