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문화, 그리고 예술과 감동이 있는 국내 최고 건축문화행사인 ‘2011 대한민국건축문화제’가 지난 11일~16일까지 엿새간 목동 예술인센터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인류의 삶과 가장 밀접한 ‘집’을 주제로 일반 전시와 특별전시, 체험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됐다.
올해 건축문화제의 특징은 음악, 미술, 문학, 영화, 무용, 연예, 국악, 사진, 연극 등 모든 예술인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로 만들자는 포부가 담겼다는 것이다.
개막식이 열린 11일에는 국악협회의 협조로 온 국민의 축제가 되자는 염원을 담아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부터 행사장까지 농악대의 길놀이가 이어져 큰 관심을 모았다.
 |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목동 예술인센터에서는 대한민국 건축 문화제가 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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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16일까지 엿새간 목동 예술인센터에서는 대한민국 건축 문화제가 열렸다. |
이번 행사는 일반 전시와 특별 기획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일반 전시가 열리는 제1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수상작 전시 △ 1979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 영예 ‘올해의 건축 BEST 7(한국건축가협회상)’ 등이 전시됐다.
특별 기획전이 열리는 제2전시실은 △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건축 분야의 새로운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젊은 건축가전’ △ 타 장르 예술과의 소통인 ‘특별 기획전- 집’, △ 국제 교류전인 ‘스페인 카탈루냐 건축’ 등으로 이뤄졌다.
이 밖에도 수준 높은 건축 작품 전시와 함께 건축가와 타 장르 전문가들이 만나 장르 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건축 토론 문화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건축토크쇼’도 마련됐으며, 도시 공간의 재발견을 위한 ‘건축투어’ 등도 마련돼 건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건축 축제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건축문화제 기간에는 일반인과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토크쇼도 마련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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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제 기간에는 일반인과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 토크쇼’와 도시 공간의 재발견을 위한 ‘건축투어’ 등도 마련돼 건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건축 축제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건축토크쇼 모습. |
먼저 제1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수상작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서 살펴보기도 하고, 특정 위치를 선정해 사진으로 담기에 바빴다. 건축가를 꿈꾸는 초등학생들도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다양한 건축물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1시간 넘게 한 작품 앞에 멈춰서서 연구 중인 대학생도 눈에 띄었다. 건축학도를 꿈꾼다는 이 모(23)양은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분들의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꿈만 같다.”며 건축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또 다른 대학생 최 모(28)군은 “요즘 트렌드에 맞춰 20년 후를 생각하는 인간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건축에 관심이 많아 이곳을 찾았다.”며 “전문가들은 어떻게 연구했을까, 어떤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었을까를 건축가의 입장에서 꼼꼼히 살피다보니 전시장에 온 지 5시간이 됐는데 반도 못 봤다.”고 말했다.
 | 건축문화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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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
일반 관람객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예리한 눈빛으로 건축물들을 구경했다. 주부 박 모(47)씨는 “남편이 퇴직을 하고 나면 전원주택에 살 계획인데,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이라며 “처음엔 200여 개가 넘는 전시물을 언제 다 보나 했는데, 보다보니 다양한 집과 특징을 찾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쾌적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기여한 단체와 지자체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시상식도 열렸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경기도 수원 ‘행궁동 예술마을’이 대통령상을, 서울 안동교회 100주년 기념 추모의 공간이 국무총리상(최우수상)을, 영월 ‘고씨굴랜드’ 폐부지 아트미로 공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누리쉼터상)을 차지했다.
또 전북 군산 ‘서개정 이영춘 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두레나눔상)을 받았으며, 전남 완도 슬로시티 청산도의 ‘청산 사람들의 프로슈밍 장소 만들기’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우리사랑상)을 받았다.
 |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으로 선정된 전국 5곳의 장소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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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으로 선정된 장소들. 왼쪽부터 수원 행궁동마을, 서울 안동교회 공간, 영월 고씨 굴랜드 아트미로, 전북 군산 서개정 이영춘 마을, 전남 완도 청산도의 모습. |
제2전시실에서는 공간문화대상에 선정된 장소와 젊은 건축가 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든 젊은 건축가전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경기도 수원의 ‘행궁동 예술마을’과 장관상을 받은 전남 완도 슬로시티 청산도가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
‘행궁도 예술마을’은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화성 복원과 문화재 보호정책으로 1960~70년대 모습 그대로였던 곳을 예술로 승화시킨 곳이다. 지역의 역사성을 잊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골목을 공유해 주민들과 함께 길을 정비하고, 문화화해 가는 모습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것.
구들장 논, 옛 돌담이 그대로 남아있는 전남 완도 청산도는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의 ‘슬로시티’로 지정됐으며, 올해 세계 1호 슬로길 인증 이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장소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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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축문화제는 ‘집’을 주제로 한 다양한 건축물 전시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
공간대상에 선정된 ‘프로슈밍 장소 만들기’는 마을 공동창고 시설을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개선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있다. 한국적인 전통공간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역사문화경관을 성공적으로 보존 또는 재창조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관람객 이여진(9)양은 사진을 바라보며 “청산도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마을인 것 같아요. 주말에 엄마와 함께 가보고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예쁜 장소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백금자(54)씨는 “행궁동 마을을 보니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직도 저런 동네가 있나 싶어 한번 들러보고 싶다.”며 “수상한 장소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표현한 동네인 것 같아 여행갈 때 꼭 참고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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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제1전시장에 전시된 ‘집’을 주제로 한 건축물. |
공간문화대상 전시장의 뒤편에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건축가들의 건축과 생각이 묻어난 글귀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수상자들에게서 건축이 갖는 문화적 의미도 들어봤다.
“건축이 일반 문화예술과 다른 점이라면 ‘실제상황’이라는 것이지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박인수 씨는 박진감 넘치는 ‘실제상황’을 건축의 매력으로 꼽았다.
“직접 스케치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고, 건물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곁에 있잖아요. 건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동반자 같은 인생의 배경인 셈이지요.”
 | ‘젊은 건축가전’이 펼쳐졌던 제2전시실에서 만난 한 작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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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전’이 펼쳐졌던 제2전시실에서 만난 한 작품 |
“보통 건축가들은 다른 사람들이 살 집을 만들지만 저에게 있어 건축은 제 인생이자 꿈으로 도배된 집이랍니다.” 젊은 건축가상 수상한 장영철, 전수희 씨가 말했다. 이들은 건축을 “현실과 치열하게 맞닿은 우리의 생활”이라며 “건축은 사람과 동떨어질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재활용 건축가로 불리는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김창균 씨는 “가까운 일본 만해도 작은 동네 건축과 상점 건물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나라에는 큰 기념비는 있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장소로 알려진 곳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앞으로 작지만 동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참여해본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음악, 미술, 사진 등으로 표현된 재미난 건축물들을 보면서 평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건축에 대한 생각을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었던 전환점이 된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