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상일초등학교.
지난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6학년 110명 대상) 최하위 등급인 '기초학력 미달' 판정을 받은 학생이
15명이나 됐다. 하지만 올해 7월 치른 시험에서는 미달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문호 교장은 3년 전 상일초에 부임했다.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18.3%)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자녀였다.
아이들은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기가 죽어 있었고 불만이 많았다. 90년 된 학교 건물은 낡고 형편없었다. 어떤 학생은
"학교 건물이 공장 같아요" 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그때부터 '학교를 제2의 집으로 만들어주자. 한 학생도 뒤처지게 하지 말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학교를 바꾸기 시작했다. 먼저 정부 기관을 쫓아다니며 예산 지원을 받아 학교 화단에 나무, 야생화, 벼, 배추, 무 등을 심었다.
영어 교실을 만들고 과학실·음악실도 깔끔하게 고쳤다. 원래 오전 9시였던 도서관 개관 시각을 7시 30분으로 1시간 30분 앞당겼다.
부모가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 혼자 있던 아이들이 일찍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에 40여명이 책을 빌려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공부를 시키기보다, 다양한 활동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고, 독서 습관을 길러주려고 했다.
매일 아침 30분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거나 한자 공부, 합창 연습을 하도록 지도했다.
방과 후에는 댄스 교실, 영어 수업, 수준별 수업 등 다양한 과정을 운영했다. 댄스 교실에서 춤을 배운 박성실(12)군은
"장난을 심하게 쳐서 선생님께 혼나고 있었는데, 제가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는 걸 보고 선생님들이 '춤 좋아하니?' 하셨어요.
만약에 수학을 배우라고 했으면 더 말도 안 듣고 장난만 쳤을 텐데 춤은 배우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이 교장은 "단순히 애들 붙잡아 놓고 국·영·수 가르친다고 학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학생이 학교에 정(情)을 붙이고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진짜 공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