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 올해는 출발이 좋다. 위헌 논란으로 갈등을 빚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고 8·31 부동산정책 관련 입법안이 무난히 통과돼 집값 안정도 예상된다. 몇 년째 숨을 고르고 있던 경제도 민간소비가 활력을 찾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올해는 희망을 만들어가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새해 들어 이미 시행됐거나 앞두고 있는 정책들도 ‘희망 만들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새해 달라지는 정책을 ①복지(의료) ②부동산 ③일자리 ④육아(출산) ⑤교육 등 5개 분야로 엮어봤다.<편집자주> |
학교 수업을 마치면 13살 윤수(가명)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느라 집에 가도 반겨 줄 이가 없다. 학원이니 강습소니 이곳저곳을 다녀 봤지만 영 시원치가 않았다.
하지만 작년 말 부터 등록한 방과 후 학교 연극교실. 이제 학교 다니는 재미에 쏙 빠졌다. 연극교실이 끝나면 원어민 강좌 영어교실에 가서 외국에 온 듯한 분위기에서 회화실력을 닦는다. 영어체험 마을… 반 이름도 ‘뉴욕반'이다.
그 전에 다니던 학원은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거리도 멀어 오가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였다.
새로 등록한 방과 후 학교. 학교 교실에서 계속 수업할 수 있으니 이런저런 번거로운 일도 줄었고 수강료도 절반 수준이니 엄마 아빠도 한시름 놓은 표정이시다. 다음달부터는 첼로 한 과목을 추가해서 배워볼 작정이다.
 |
||
| 영어 등 외국어를 비롯, 첼로, 바둑 등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방과후학교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다. | ||
지역사회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방과후학교
방과 후 학교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다. 특별히 취약지역과 농산어촌지역에 지원이 집중된다.
일단 도시 저소득지역 30곳의 160개 학교에 재학 중인 12만 명이 방과 후 학교 서비스 대상이다. 농·산·어촌 9개 군의 135개 학교 4만5000명도 방과 후 학교 혜택을 받게 된다. 취약지역의 초등학교 보육프로그램을 지원함에 따라 1000개 학교 2만 명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향유하게 된다. 앞으로 교육은 학교에서 시작해 학교에서 끝난다.
방과 후 학교 활성화에 따른 또 하나의 효과.
학교가 지역사회의 학습과 복지·문화 허브(HUB)로 자리 잡는다. 성인대상 컴퓨터·영어·스포츠 댄스 등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면서 학교가 지역사회의 학습과 복지·문화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방과 후 학교는 이제 단순히 수업을 보충하거나 특기를 연마하는 좁은 뜻을 벗어나고 있다. 학교가 단순히 배우는 곳이 아닌, 새들의 둥지처럼 학생들을 넉넉히 품어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수적으로 강사·지원인력 수요를 통해 2008년까지 4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거둘 수 있으니 사회양극화 해소를 앞당기는 효자정책이 되는 셈이다.
양극화 해소 위한 또 하나의 정책 유치원비 지원
올해부터 유치원 아동에게 지원되는 유아 교육비도 대폭 늘어난다. 대상은 월 소득 318만 원 이하 가정(4인 가족 기준)의 만 5세 어린이 30만7000명. 이 수치는 작년의 13만 명보다 136% 늘어난 것이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는 353만 원 이하를 버는 가정의 어린이도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만 5세 어린이 교육비는 국·공립 유치원은 월 5만3000원, 사립 유치원은 월 15만8000원 한도 내에서 지원되며, 초등학교 취학이 유예된 만 6세 어린이도 대상에 포함된다.
소득구간별로 차등 지원되는 만 3∼4세 어린이 교육비는 4인 가족 기준 월평균 소득 247만 원 이하의 가구를 기준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월 15만8000원에서 6만3000원까지 4단계로 차등 지원된다.
3∼4세 어린이 교육비도 올해부터는 법정 저소득층 외에 최저 생계비의 120%를 버는 차상위 계층 가구까지 포함시켜 지원한다. 교육비 지원액도 늘려 국·공립의 경우 5만3000원, 사립은 15만8000원 전액을 지원한다.
또한, 저출산대책에 맞춰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 이하이고 두 자녀 이상인 경우에는 국·공립·사립을 가리지 않고 월 4만7000원을 지원한다. 단 유치원 교육비 전액을 지원받는 자녀는 예외로 한다. 대상 학부모는 2월부터 주소지 읍·면·동 사무소에서 소득인정액 증명서를 발급받아 해당 유치원에 학비 지원을 신청하면 지역교육청에서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
||
| 교원평가제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동료에게 수업 평가를 받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하기 위해 실시된다(교원평가제 시범실시를 발표하는 김진표 부총리). | ||
교육력 높이는 교원평가제 - 시범사업 성공적인 정착
작년 11월부터 시범 실시되고 있는 교원평가제. 가장 큰 목적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통한 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동료에게 수업 평가를 받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확인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평가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강점이 무엇이며, 발전방안은 무엇인지 스스로 진단하면서 능력 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 자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1월 지정된 교원평가제 시범운영 48개 학교에서는 지난 2학기 교원평가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월 중 평가 결과가 나오면 올 1학기 평가를 보완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에 더해 초등학교 11개교, 중학교 3개교, 고등학교 5개교 등 19개 학교가 교원평가 시범학교로 지난 18일 추가 지정됐다.
교원평가제 일반화 모델은 9월 중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평가·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마련될 예정이고 수렴된 여론을 바탕으로 확대실시 여부도 결정된다.
건학정신 살리고 투명성 높이는 새 사립학교법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사립학교법의 가장 큰 변화는 개방이사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기업에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듯이 사립학교에도 개방이사를 두어,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 지역사회와 학생·교원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잘못된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케 하자는 것이다. 다른 점은 민간기업의 경우 기업주의 기호에 맞는 사외이사를 임명할 수도 있겠지만 사립학교의 개방 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함으로써 공익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그동안 일부 사립학교들이 이사회를 일방적으로 장악, 각종 비리가 유발되어 왔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개방 이사는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가 결정하는 주요 사안에 대해 감시하고 의결에 참여하게 된다.
법에 의해 정해진 개방이사의 정수는 4분의 1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사회를 좌지우지 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중요한 사안을 학교 운영의 이해 당사자들, 즉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 관계자들에게 알릴 수는 있게 된다. 이는 그 동안 일부 사학들의 잘못된 의사결정 과정, 비리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환경을 사전에 차단해 보자는 취지가 강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개방이사제가 도입되면 사립학교의 건학정신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종교를 바탕으로 하는 건학정신이 훼손 받지 않게, 예를 들자면 기독교 계통 사학일 경우 개방 이사의 자격을 기독교 신자로 제한한다는 조항을 정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시행령이 마련될 것이다. 따라서 개방이사제의 도입이 건학정신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한편 이사장의 친족관계에 있는 자를 이사로 임명할 수 있는 범위를 종전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였다. 더불어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 존속, 직계비속 및 그 배우자인 자는 해당 학교의 장에 임명될 수 없도록 하였다. 이 조항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일부 사학의 가족중심 운영체제의 폐해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의도에서 마련된 조항이다. 현재 재임 중인 이사·감사·학교장은 임기가 보장된다.
개정 사립학교법에서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설립자의 건학정신을 정관에 명시토록 했다는 점일 것이다. 학교법인에 재산을 출연한 숭고한 뜻을 기리고 보호하기 위한 조항인데 출연자는 물론 출연 재산의 내역, 출연 의사 등을 적도록 해, 건학정신이 후대에까지 계승 발전되도록 했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법인 운영에 있어서 투명하고 건전한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옥석이 구분되어, 건전한 사학은 더욱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문제가 있었던 사학은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에필로그 - 대한민국이 대학생들을 보증한다
20년 전, 혹은 30년 전, 더 거슬러 올라가면 40년 전 쯤.
집안의 대들보인 큰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머리 좋은 둘째 아들을 주저앉혔던 시대가 있었다. 특히, 머리는 좋지만 '시집만 보내면, 이제 남의 집 식구가 될 사람' 이라서 이 땅의 수많은 누이들이 향학의 꿈을, 대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눈물을 머금고 딸들을 공장으로 내몰던 시대.
다시 10년 전, 혹은 5년 전.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입학금 대기가, 등록금 대기가 벅차서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나라에서 해 준다는 등록금 대출, 하지만 각박한 세상에 누구 하나 선뜻 보증인으로 나서려고 하질 않았다. 자식들이 대학을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지만, 부모들에게도 등록금을 대기는 만만치 않은 일 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올해부터 대폭 확대되어 실시되는 정부보증 대학생 학자금 대출에 그 길이 있다. 말 그대로 정부에서 대학생들을 보증한다. 최고 4000만 원, 최장 20년까지.
학업의 열정은 있지만 가정이 어려운 대학생들. 재능은 있는데 가정 형편으로 대학을 미리부터 포기할 찰나에 있는 중·고등학생들. 이젠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대한민국이 그들을 위해 - 대학 졸업 후,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달라는 - 단 하나의 조건을 걸고 보증을 선다. 이제 우리 교육의 미래가 활짝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