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영됐던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반찬순 여사는 외아들 황태자에게 징집영장이 나오자 엄마도 따라갈 수 없냐며 안타까워한다. 군대 갈 나이면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지만 그녀는 아들 혼자 험한 곳에 보낼 수 없다며 눈물짓는다. 그녀의 외아들 황태자는 결국 과잉보호하는 엄마에게 반항하듯 대학 재학 중에 공부를 가르치던 고등학생 땡칠이와 결혼한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의 자립을 막고 놓아주지 않으면 자녀는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못하고 반항심을 불쑥 불쑥 드러내 부모에게 충격을 준다.
스무 살이 넘은 자녀의 귀가 시간을 통제하거나 조기 유학을 떠나는 자녀가 마음에 걸려 기러기 가족이 되면서까지 엄마가 현지에 쫓아가는 게 우리네 부모들이다. 투표권을 행사할 나이가 지났어도 어린애 취급하는 부모라면 자녀를 빨리 품에서 놓아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가 자립심을 기르고 반항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를 넓은 세계에서 기르고 싶어 조기 유학을 보내면서 엄마가 따라간다면 영어 실력이 늘기는커녕 적응력만 더뎌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아이가 스스로 알아내야 할 공부의 주제를 엄마가 알려 주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가 알려 주지 않으면 시험의 주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한 학생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챙겨야 할 일을 못 챙기게 된다. 부모가 평생 동안 따라다니며 대신해 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는 부모가 세상을 뜬 후에도 한참을 더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의 사회생활까지 따라다니며 챙겨 줄 수는 없다. 따라서 훗날 아이가 사회에 나가 어려움에 부딪치면 부모에게 그동안 보호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왜 자립할 힘을 길러주지 않았느냐?”며 부모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아이를 무능한 인간으로 키워 평생 부모를 원망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자식에게는 항상 부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 스스로 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무리 컸다지만 따라다니며 챙겨야 한다
정혜자(전업주부, 45세) 씨의 아들 승헌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승헌이는 야간 자율학습과 과외를 끝내면 거의 새벽 한 시나 되어야 귀가한다. 혜자 씨는 초저녁잠이 많아 아들의 귀가 시간까지 깨어 있기가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승헌이가 공부에 지쳐 아주 늦은 밤에야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적어도 그때까지는 엄마가 깨어 있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낀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승헌이가 귀가할 때까지 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잠을 참는 데 한계를 느껴 최근에는 남편과 교대로 아들이 귀가할 때까지 깨어 있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남편도 고단했던지 아들이 귀가하기 전에 잠이 들었다. 아침에 보니 승헌이가 학교에서 먼 곳에 사는 과외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혜자 씨는 승헌이에게 너무 미안해 “어제 엄마 아빠 다 잠들어서 섭섭했지?”라고 물었다. 그러나 아들은 “아니요. 전혀 섭섭하지 않아요. 이제부터는 기다리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대답했다. 혜자 씨는 마치 아들이 자신의 보살핌을 거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자기도 모르게 격앙된 목소리로 “그게 정말이야? 정말로 섭섭하지 않았어?”라고 거듭 물었다. 승헌이는 “네, 그렇다니까요. 앞으로는 제 걱정 하지 마시고 먼저 주무세요. 초저녁잠도 많으신데”라고 말했다. 혜자 씨는 아들이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치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한편 승헌이의 입장은 좀 다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승헌이는 엄마가 졸린 눈을 간신히 뜨면서 자신의 귀가를 반길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기야 어차피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늦게 집에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초저녁잠이 많은 엄마가 억지로 잠을 참고 자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니 미안하고,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사실 승헌이는 집에 돌아오면 얼른 씻고 자고 싶은데 엄마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 과외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등을 묻는 통에 내심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집이 먼 과외 친구가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마침 부모님이 모두 잠든 후라 이런저런 설명할 필요가 없어 아주 편했다. 그런데 엄마는 다음날 아침 승헌이에게 자꾸만 먼저 자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자신을 너무 어린애로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열일곱 살쯤 되면 웬만한 일은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엄마가 늘 어린애 취급하는 것 같아 짜증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짜증을 부릴 수도 없어 승헌이는 더욱 불편하다.
다 큰 자식을 끼고 돌지 마라
정혜자 씨는 아이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이 엄마의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엄마가 기다리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몹시 서운했다. 섭섭함이 누적되면 짜증이 나고 자칫 부모가 아이에게 엉뚱한 일로 화를 낼 수도 있다. 당연히 아이도 엄마에게 짜증이 날 것이다. 이런 일이 쌓이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어 대화가 단절된다. 물론 아이들은 부모가 저녁 늦게까지 자지 않고 자신의 귀가를 기다리면 옆으로 새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러나 혜자 씨와 같이 아이를 기다리는 일에 비중을 너무 크게 두면 아이가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혜자 씨가 남편과 교대로 아들의 늦은 귀가를 지킨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어쩌다 잠이 들었다고 너무 미안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괜찮다고 하면 “기특하네. 다 컸구나.” 정도로 말해 주면 된다.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설령 아들이 자신이 집에 돌아오기 전에 엄마가 잠든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말해도 섭섭함을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스무 살이 넘은 한 대학생에게 어머니가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에도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서너 번 정도는 해야 비로소 안심하신다.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아이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일일이 확인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 버리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나, 직장 다니는 아들이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러 나가는데 기어코 차로 태워다 주겠다는 극성맞은 엄마도 보았다.
물론 당신이 그런 부모는 아니겠지만 당신도 모르게 자녀를 너무 끼고 있을 수 있다. 만약 혜자 씨가 “네가 벌써 그렇게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견하고 고맙다. 그래도 엄마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네가 집에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어. 그러면 엄마 마음이 편할 것 같아”라고 승헌이에게 말했다면 아들과의 관계가 전보다는 한결 더 좋아졌을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자립을 돕고 지나친 과잉보호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모 또한 자기만의 취미를 갖는 등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자녀의 반항 원인
사람은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의존적인 형태로 태어나지만 혼자 기어 다닐 힘만 생겨도 자립하려는 동물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항상 내 뒤를 따라다니며 간섭한다.
부모의 꾸중 이유
자식이 항상 부모를 필요로 할 줄 알았는데 부모 손길을 뿌리치니 섭섭하다.
해결책
아이가 괜찮다고 하는 일은 “그래, 고맙다”, “다 컸구나, 기특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낸다. 반복적으로 사과하며 섭섭함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
예방책
아이만 바라보면서 따라다니지 말고 혼자 할 수 있는 일거리나 취미를 만든다. 또한 자녀가 간섭으로 느끼지 않을 만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아이를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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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 中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