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화장을 한다거나 미팅을 한다는 얘기가 놀랍지 않은 세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면서 손가락으로는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를 꾸짖거나 지적하면 얘기 다 듣고 있다며 반발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컴퓨터를 끄고 있으면 허전하다면서 전기세 아끼라는 부모 말도 귓등으로 흘려듣고 늘 켜둔다. 발전하는 첨단 기술의 속도를 아이들만큼 따라갈 수 없는 부모로서는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 두렵기까지 하다. 부모의 상식으로는 자녀가 착실히 공부해서 의대나 법대를 나와야 고생하지 않고 잘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공부 잘하는 아이도 연예인이 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부모의 기준으로 볼 때 연예업종은 밥 굶기 딱 좋은 직업이다.
사람은 나이가 어릴수록 본능을 억제하는 힘이 부족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아이들이 당장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한류 바람을 일으킬 만큼 재미있고, 각종 컴퓨터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본능을 억제하고 미래를 대비하라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환경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려면 부모들이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모르면 이런 노력도 결국 헛고생으로 끝난다. 요즘 아이들은 최소한 친구들과 대화가 될 만큼은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컴퓨터 게임을 해야 또래 집단에서 왕따가 되지 않고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다.
새로운 직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예전의 직업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부모가 선호하는 직업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도 모르고 자녀를 잘못 인도하면 자녀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러한 변화를 어디까지 적용하면서 길러야 할지 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자녀를 시대에 맞는 인재로 기르려면 아이들에게 무조건 예전 방식의 교육을 강요하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먼저 부모 자신이 요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이를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어렵다면 자녀와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엄마 자랄 때와는 달라요
진수는 컴퓨터 게임만 하면 엄마가 무조건 야단치기 때문에 답답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진수는 반 친구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온통 새로 나온 게임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자신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는 진수가 주말에만 게임을 하는데도 화를 낸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게임하는 시간이 긴 것도 아닌데 해도 너무한다.
지난 주말에는 공부를 마치고 열두 시가 됐을 무렵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밤을 새자고 했지만 진수는 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고전 게임을 조금 했다. 그런데 엄마는 마치 문밖에서 진수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처럼 게임 시작한 지 채 5분도 안 돼 방으로 들어와 “아직도 게임하냐?”라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면 대학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게임을 많이 한다. 그러나 진수는 엄마가 감시하듯 살피면서 게임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문제가 많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가 안 볼 때 몰래 게임을 한다. 하지만 엄마의 감시를 피해 게임을 하다 보니 게임에 몰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게임을 금지하기만 하는 진수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주영(전업주부, 43세) 씨는 주변에서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져 과다행동장애가 생기고, 집중력이 약해져 성적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진수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아 엄마의 희망이 되어 주는 고마운 아들이다. 주영 씨는 그런 아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질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래서 진수가 컴퓨터 게임에 한눈팔지 않고 공부만 하도록 감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제 진수가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 대학 입시 때까지만 이 일을 잘 해내면 될 것이다. 그나마 진수는 엄마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야단치면 게임을 중단하고 공부를 한다. 그래서 주영 씨는 힘이 들더라도 진수가 대학 입시를 치를 때까지 이 일만큼은 철저히 하려고 한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는 부모가 되라
주영 씨는 자녀를 잘 감시하기만 하면 부모가 허용하지 않는 일을 아이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 결과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기는커녕 엄마를 속이고 반항하게 만들었다. 텔레비전 시청, 컴퓨터 게임, 모바일 채팅 등은 아이들 문화로 정착되어 이미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부모가 이를 너무 심하게 막으면 진수처럼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의 눈을 속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락에 더 깊이 빠질 수도 있다. 부모로서는 그런 오락들이 자녀의 시간과 정신을 빼앗는 것 같아 철저히 봉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주영 씨처럼 완전 차단을 목표로 하면 실패한다. 주영 씨의 경우 아들에게 적어도 주말 몇 시간은 방해하지 말고 게임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낫다.
부모가 직접 변화하는 첨단 기술을 배워 어떤 것은 피하게 하고 어떤 것은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 대신 아이가 하는 일을 무조건 막지 말고 서로 약속을 정해 일정한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허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만약 약속을 했는데 아이가 지키지 않으면 그에 대한 벌을 주어 관리하면 된다. 아이들도 자신이 어긴 약속에 대한 대가는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컴퓨터 게임 같은 오락 활동을 지나치게 막아 자녀의 내면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면 먼저 이러한 불만부터 해소해 주어야 한다.
사람은 상대방이 부모일지라도 자기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마음의 문을 연다. 따라서 미리 이런 협상을 해두면 자녀가 상처 받지 않고 부모의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으면 그 상대가 부모일지라도 말을 듣지 않는다.
자녀의 반항 원인
반 친구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온통 새로 나온 게임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데 엄마는 주말에 잠시 게임을 하는 것도 감시하고 야단을 쳐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부모의 꾸중 이유
주변에서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도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아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될까봐 불안해 한눈팔지 않고 공부만 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해결책
자녀의 입장에서 “엄마가 게임을 못하게 하니까 기분이 안 좋지?”라고 물은 후 “그럼 주말에 두 시간씩만 게임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공부하는 것은 어때?”라는 식의 협상을 제의하고 그 시간만큼은 게임을 허용한다.
예방책
부모가 직접 변화하는 첨단 기술을 배워 어떤 것은 피하게 하고 어떤 것은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면 일정한 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허용하고 시간을 준수하는지 살핀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 中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